비가 내리지만 광복절은 광복절입니다. 일본제국주의의 식민통치로부터 해방된 날입니다. 하늘은 뉘우칠 줄 모르는 일본에게 죽비와 같은 재앙을 내려 반성을 촉구하고 있지만, 적어도 일본 정부와 정치인들과 극우세력들에게선 반성의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서울에선 새로 임명된 대통령의 사람 중 하나인 한상대 검찰총장이 취임사로 '종북세력과의 전쟁'을 선포하여 국민들의 등골을 오싹하게 하고 있습니다. '좌우' 편가르기는 해방 때부터 지금까지 '열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핍박하는 효과적 수단으로 이 나라의 민주적 발전을 방해해왔습니다.
나라의 해방과 민주적 발전을 위해 동분서주하다 돌아가신 선열들을 생각하니 시계의 뒷걸음질을 막지 못하는 무력함이 참으로 부끄럽습니다. 고이 접어두었던 태극기를 부슬비 속에 내걸고 김남주 시인의 시를 읽습니다. 그의 시집 <나의 칼 나의 피>에 실린 시들을 읽다보면 가장 절망적 상황에서도 희망과 믿음을 잃지 않았던 그의 음성이 들려옵니다.
함께 가자 우리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셋이라면 더욱 좋고 둘이라도 함께 가자
뒤에 남아 먼저 가란 말일랑 하지 말자
앞서 가며 나중에 오란 말일랑 하지 말자
일이면 일로 손잡고 가자
천이라면 천으로 운명을 같이 하자
둘이라면 떨어져서 가지 말자
가로질러 들판 물이라면 건너주고
물 건너 첩첩 산이라면 넘어주자
고개 넘어 마을 목마르면 쉬어가자
서산 낙일 해 떨어진다 어서 가자 이 길을
해 떨어져 어두운 길
네가 넘어지면 내가 가서 일으켜주고
내가 넘어지면 네가 와서 일으켜주고
산을 넘고 물을 건너
언젠가는 가야 할 길
누군가는 이르러야 할 길
가시밭길 하얀 길
에헤라, 가다 못 가면 쉬었다나 가지
아픈 다리 서로 기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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