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밝던 하늘이 시간이 지날수록 흐려지며 회색 연기 같은 구름이 퍼져 갑니다. 태풍이 오고 있다고 합니다. 연기 생각을 하니 '연기'라는 제목의 시 두 편이 떠오릅니다. 모두가 연예인이 되고 싶어하는 요즘 '연기'라는 말을 들으면 배우가 하는 연기를 생각할 사람이 많겠지만, 제가 얘기하는 '연기'는 무엇이 탈 때 나오는 구름 같은 것입니다. 우선 천상병의 시 '연기'를 읽어 보시지요. 그의 시집 <요놈 요놈 요 이쁜 놈!>에서 인용합니다.
연기
나무가 타면
연기가 나고
그 연기는 하늘하늘 올라간다.
나는 죽으면 땅속인데
그래도 나의 영혼은
하늘에의 솟구침이어야 하는데
어찌 나의 영혼이
나무보다 못하겠는가?
죽은 다음에는 연기이기를!
시인은 '어찌 나의 영혼이 나무보다 못하겠는가?' 묻지만 과연 나무만 하거나 나무보다 나은 인간이 몇이나 될까요. 영혼은 몰라도 몸으로는 나무 만 한 인간이 드물 것 같습니다. 또 하나의 시 '연기'는 베르톨트 브레히트가 쓴 것입니다. 시집 <살아남은 자의 슬픔>에서 옮겨둡니다.
연기
호숫가 나무들 사이에 조그만 집 한 채.
그 지붕에서 연기가 피어 오른다.
이 연기가 없다면
집과 나무들과 호수가
얼마나 적막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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