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어버이날 (2011년 5월 8일)

divicom 2011. 5. 8. 11:23

오늘은 어버이날. 불효자들이 바쁜 날입니다. 신경숙 씨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가 국내외에서 베스트셀러가 되는 건 불효자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엄마를 잊고 몇 년 동안 연락 한 번 하지 않고 살다가 소설을 읽고 나서 엄마에게 전화했다는 사람이 한국에도 미국에도 많습니다.

 

다른 말로 하면 평소에 효도하는 사람은 어버이날에 바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평소에 가끔 용돈을 드리거나 말동무도 해드렸으면 어버이날 막히는 길을 달려 부모님을 찾고 맛집을 찾아 또 다시 막히는 길에 나설 필요가 없습니다.

 

모든 것은 시대와 상황에 따라 변하니 오늘날의 효도는 지난 세기의 효도와는 다르고 각 가정마다 효도의 내용도 다른 게 당연합니다. 꼭 모시고 살아야 효도하는 것도 아니고 돈을 많이 드린다고 효자라 할 수도 없습니다. 돈 많고 외로운 부모에겐 함께 시간을 보내주는 자녀가 효자고, 혼자서 숙식을 해결할 수 없는 부모는 모시고 살거나 도움을 받으며 살 수 있는 시설에 보내드리는 것이 효도일 겁니다.

 

세상엔 무수한 어버이와 자녀들이 있고 그들의 관계 또한 제각각입니다. 어떤 부모에겐 자녀들이 모두 찾아오는가 하면 어떤 부모는 자녀를 많이 두었어됴 찾아오는 이가 하나도 없습니다. 찾아오는 자녀들이 모두 효자인 것도 아니고 찾아오지 않는다고 무조건 불효자라고 욕할 수도 없습니다. 관계의 상대성 때문입니다.

 

자녀가 찾아오지 않는 어버이는 자녀를 욕하기 전에 자신을 돌아봐야 할 것입니다. 내가 아이들을 키울 때 어떻게 키웠는지, '네가 제일이다. 뭐든 네게 좋게 해라'하며 이기적 인간으로 키우진 않았는지, 내가 아이들의 마음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주어 장성한 아이들이 나를 찾지 않게 된 건 아닌지...  

 

저는 언제나처럼 어정쩡 '효'와 '불효'의 경계에 서 있습니다. 점심엔 아흔일곱 어머님께 사골 칼국수를 끓여드리고 그 후엔 생선전을 부쳐 들고 부모님댁에 다녀 오려 합니다. 제 책상엔 아이가 며칠 전에 사다 놓은 카네이션이 서서히 시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