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문장

국가 밖에서 (2011년 4월 20일)

divicom 2011. 4. 20. 10:03

신문을 읽다가 굵은 글씨 제목들과 작은 활자들 떠드는 소리에 귀가 먹먹하여 창밖을 바라봅니다. '신문 없는 곳에서 석 달'을 노래한 백무산의 시 '국가 밖에서'를 생각합니다. 그의 시집 <초심>에서 옮겨다 놓으니 한 번 읽어보시지요. 본래 시집 제목은 <初心>이라고 한자로 쓰여 있습니다.

 

 

국가 밖에서

 

신문 없는 곳에서 석 달

답답함은 불과 닷새

목줄 풀린 개처럼 나를

방치하는 쾌감 작지 않네

 

아침 점호처럼 찾아오던 이 나라 신문들

국가 위계를 훈시, 당하고

지배 서열을 복창, 당하고

줄을 맞추어 의식을 정렬, 당하고

가치 질서를 정돈, 당하고

급기야 삶은 기사로 처리, 당하고

존재는 매일 편집, 당하고

 

방치하는 쾌감으로

신문을 펼치고

신문 밖을 읽는다

국가 밖을 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