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장자연의 복수 (2011년 3월 7일)

divicom 2011. 3. 7. 17:33

스물아홉 연기자 장자연 씨가 '연예계 성접대 비리'를 폭로하고 자살한 지 오늘로 꼭 2년입니다. 어젯밤 SBS는 자연씨가 죽기 전에 아는 이에게 보낸 50여 통의 편지를 공개하며 그녀가 자신이 접대한 31명의 직업을 기록해두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 남자들 중엔 연예기획사와 제작사 사람들은 물론 대기업, 언론기관, 금융기관의 유력자들까지 포함되어 있다고 합니다.

 

자연씨는 편지에 "새 옷으로 바뀔 때면, 또 다른 악마들을 만나야 한다... 회사도 아닌 3층 접견실, 그리고 삼성동, 신사동, 청담동, 수언 인계동 등의 가라오케와 룸살롱에서 접대를 했다... 벗으라면 그렇게 한 것이 수십번도 아닌 100번도 넘는다"고 썼다고 합니다.

 

결국 견디다 못한 그녀는 "무명에 가까운 내가 죽어버린다고 세상이 눈 하나 깜빡하겠어...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복수해줘" 라고 쓴 유서를 남기고 성남시의 자기집에서 자살했습니다. 당시에도 술접대와 성상납을 했다는 내용이 담긴 문서가 발견되어 경찰과 검찰이 수사를 벌였지만, 자연씨의 소속사 전 대표와 전 매니저만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60시간 명령을 선고받았을 뿐, 강요죄 공범 혐의로 수사를 받거나 자연씨의 유족들이 고소한 조선일보 고위임원, 기업인, 드라마 감독 등은 한 명도 기소되지 않았다는 게 한겨레신문의 보도입니다.

 

경찰은 이미 SBS가 공개한 편지의 필적이 자연씨의 친필임을 확인했다고 합니다. 2년 전에 밝히지 못한 진실이 이번엔 꼭 밝혀져야 합니다. 죽고 싶지 않았으나 죽을 수밖에 없었던 젊은이의 복수를 법이 이루어주어야 합니다. 개인의 복수는 격려할 게 못되지만 자연씨의 복수는 그녀 한 사람의 복수가 아닙니다. 부정하나 거대하여 법을 우롱하는 힘에 대한 법과 시민의 복수입니다.

 

경찰과 검찰이 31명의 이름을 밝히고 책임을 물어 땅바닥까지 실추된 자신들의 이미지를 살려내고 국민의 믿음을 다소나마 회복하기 바랍니다. 힘없어 유린당하다 죽음으로 복수를 청하는 사람이 다시는 없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자연씨, 참으로 미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