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군대는 루저용? (2010년 11월 22일)

divicom 2010. 11. 23. 09:32

야구대표팀이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함으로써 미국에서 활약하는 추신수 선수를 포함해 11명의 선수가 병역 혜택을 받게 되었다고 합니다. 병역 문제를 해결한데다 보너스로 포상금을 받았고, 군 문제 해결로 계속 프로팀에서 뛸 수 있게 되어 벌어들일 수입까지, 정신적 물질적으로 어마어마한 성취를 이룬 겁니다. 야구를 좋아해 임신 상태에서도 야구장을 드나들던 사람으로서 우리 선수들의 활약과 성취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뭔가 기분이 석연치 않습니다. 왜 하필 스포츠 영웅들에게 주어지는 국가적 선물이 군 복무 관련 혜택일까요? 이 나라의 강제징집제도가 받아들여지는 건 나라가 정전상태의 분단국이라는 현실 때문일 텐데, 왜 군 의무복무가 '의무'로 지켜지지 않고 상벌로 이용되는 걸까요?

 

군 복무가 국민의 의무 중 하나로 받아들여지는 나라에서 왜 그 의무를 만족시키지 못한 사람들이 대통령, 총리, 국회의원 등 공직에 오를 수 있을까요? 왜 법을 지키는 사람들은 꿈을 유보당한 채 나라를 지키며 '빽 없는 사람'의 설움을 경험하고, 법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군대에 가지 않고도 승승장구할까요?

 

일반적으로 군대를 다녀온 남자들이 그렇지 않은 남자들보다 '남자다운' 것은 그곳에서의 2년여(예전에는 3년) 동안 끝없이 참기 때문일 겁니다. 인격에 우선하는 계급과 그로 인해 초래되는 온갖 이상한 일들을 참고, 사회에서라면 무능하거나 문제아였을 사람들이 단지 선임이라는 이유로 권력을 행사 또는 남용하는 것을 참고, 자신보다 좋은 체격과 체력을 가진 사람들이 병역특례 혜택을 받는 것을 보며 참는 등, 무수한 부당함을 견디기 때문일 겁니다.

 

의무가 협상의 대상이 되고 누군가는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될 때, 그것은 이미 의무가 아닙니다. 웃음거리로 전락한 헌법39조가 하루빨리 개정되어야 할 것입니다. '병역의무'는 이미 '불이익'의 한 형태가 되었으니까요. (헌법 39조: 1.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 2. 누구든지 병역의무의 이행으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

 

남자든 여자든 군인이 되고 싶은 사람, 군인이 될 수 있는 사람만을 군인이 되게 하고, '나라를 지키는 일'의 숭고함에 걸맞은 처우를 제공해야 합니다. 자신의 귀중한 청춘 2년여를 군대에서 보내는 사람이 빽 없고 재주 없어서 '끌려온 루저'라는 생각을 갖지 않게 법과 제도를 고쳐야 합니다. 무엇보다 병역을 상벌로 이용하는 일을 그만두어야 합니다.

 

학교에서든 사회에서든 '성적'만 좋으면 다른 모든 것은 하지 않아도 좋다는 풍조가 세상을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성적'이 아무리 좋아도 학생이 해야할 일, 국민이 해야할 일은 해야 합니다. '성적' 이전에 '사람'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