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문장

G20, 미국, 그리고... (2010년 11월 10일)

divicom 2010. 11. 10. 09:34

"나의 진짜 교육은 내가 길에서 뭔가 반짝거리는 것을 찾은 순간에 시작되었다. 그것은 금색 표지로 된 책이었다. 그 책은 에드가 라이스 버로스가 지은 '타잔과 오파르의 보석'이었다. 첫 10 페이지가 찢겨나갔지만 상관없었다. 나는 그 책에 푹 빠지고 말았다... 뉴욕 포스트 신문은 찰스 디킨스 전집을 팔았는데 부모님은 몇 장의 쿠폰을 이용해 단 몇 센트만 지불하고 그 전집을 모두 사주셨고 나는 그 책들을 모두 읽었다. 디킨스의 책은 나에게 돈에서 생겨나 법으로 유지되는 독단적인 힘에 대한 분노를 불러 일으켰다.

 

그 책은 무엇보다 내가 가난한 사람들에게 연민을 느끼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나는 나 자신을 올리버와 같이 가난한 사람으로 생각하지는 않았다. 나에게는 가족, 음식을 차려주는 어머니, 언제나 안아주는 아버지 그리고 책들이 있었다. 사랑을 받는 아이는 결코 자신을 가난하다고 여기지 않는다. 집 안에 또 다른 책들은 없었다. 아버지는 전혀 책을 읽지 않으셨고 어머니는 연애소설을 읽으셨다. 두 분은 모두 신문을 읽으셨다. 나도 곧 매일 신문을 읽게 되었다.

 

아버지는 웨이터 노동조합 2지부의 회원이었다. 다른 웨이터들은 아버지를 '찰리 채플린'이라 불렀는데 걸음걸이가 닮아서였다. 바쁜 12월 마지막 날에는 웨이터의 아들들이 각자의 아버지를 돕기도 했다. 나도 아버지의 턱시도를 빌려 입고 일하러 나갔다. 아버지가 테이블을 치울 때 나는 뒤처지지 않으려고 서둘렀다.

 

아버지는 평생 쥐꼬리 만한 돈을 벌기 위해 열심히 일을 했다. 나는 정치인들과 미디어 해설자, 기업 임원들이 '미국에서는 열심히 일하면 부자가 될 것'이라고 말하는 것에 분개해왔다. 그 말은 만약 네가 가난하다면 열심히 일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 아닌가. 나는 이 말이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았다. 이 말은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하고 금융자본가나 정치가들 보다 더 열심히 일해온 나의 아버지와 수백만의 다른 사람들에 대한 거짓말이었다...

 

우리는 보통 지금 이 순간의 현상이 앞으로도 계속 되리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우리는 한 제도의 갑작스런 붕괴에 놀랐던 기억을 쉽게 잊어버립니다. 사람들의 생각에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고, 독재자에 대해 예상치 못했던 큰 저항이 일어나고, 무적의 권력이 순식간에 무너지는 것을 보았으면서도 이 사실을 쉽게 잊어버립니다.

 

어려울 때에 희망을 갖는 것은 어리석은 낭만주의가 아닙니다. 그것은 인간의 역사가 잔인함의 역사만이 아니라 열정과 희생, 용기와 관용의 역사라는 사실을 믿는 태도입니다... 미래는 현재의 무한한 연속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지금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최악의 상황과 싸우면서 인간으로서 올바른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그 자체로서 놀라운 승리인 것입니다."  --하워드 진의 <만화 미국사: A People's History of American Empire>에서 발췌 인용.

 

하워드 진(Howard Zinn: 1922-2010)은 가난한 노동자 출신의 뛰어난 학자로 지난 1월 타계했습니다.  존경받는 역사학자이며 정치학자, 사회비평(운동)가였던 그는 세계적 베스트셀러인 <미국 민중사: A People's History of the United States>에서 기존의 역사관에서 자유로운 민중의 관점에서 역사를 기술했습니다.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신대륙 정복'을 찬양하는 역사를 뒤집어 아메리카 토착민들의 투쟁에 주목했고, 세계대전, 베트남과 이라크 전쟁, 9·11이후 테러와의 전쟁 등에 대해서도 비판적 태도를 취했습니다. 위의 책은 <미국 민중사>를 젊은 세대가 읽기 쉽게 만화로 만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