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문장

정치와 문학 (2010년 10월 13일)

divicom 2010. 10. 13. 09:53

가끔 정치적 주제 그만두고 서정적인 얘기만 하라고 하는 충고를 듣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후배 하나는 "김 선배는 왜 그렇게 세상을 삐딱하게 봐요? 웬 분노가 그렇게 많아요?" 하기도 합니다. 아래의 문장을 보면 조지 오웰 (George Orwell: 1903~1950) 같이 훌륭한 작가도 '정치와 문학' 혹은 '정치적 문학'에 대해 많이 고민했나 봅니다. 그는 "지난 10년을 통틀어 내가 가장 하고 싶었던 것은 정치적인 글쓰기를 예술로 만드는 일이었다. 나의 출발점은 언제나 당파성을, 곧 불의를 감지하는 데서부터다"라며, 자신의 소설 <동물농장>은 "정치적 목적과 예술적 목적을 하나로 융합해보려고 한 최초의 책"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그의 작품들 중에서도 <동물농장>과 <1984>는 너무도 유명해서, 많은 사람들이 그 작품들을 읽지 않고도 읽은 것으로 착각하곤 합니다. 아직 읽지 않은 분은 꼭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그의 시대와 우리 시대의 유사성이 웃음과 한숨을 자아냅니다. 

 

"어느 기고자가 나를 '부정적'이고 '언제나 무언가를 공격하는' 사람이라며 꾸짖었다... 하지만 나는 칭찬할 게 있을 땐 기꺼이 칭찬하는 사람이다... 내 작업들을 돌이켜보건대 내가 맥없는 책들을 쓰고, 현란한 구절이나 의미 없는 문장이나 장식적인 형용사나 허튼소리에 현혹되었을 때는 어김없이 '정치적' 목적이 결여되어 있던 때였다... 지금 같은 시대에는 생각이 있는 사람치고 진정으로 정치와 거리를 둘 수 있거나 실제로 그러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작가가 정치에 관여할 때는 일반 시민으로서 한 인간으로서 관여해야지 '작가로서'그래서는 안 된다... 예컨대 이겨야 하는 전쟁이라 생각해서 흔쾌히 나가 싸우면서도 전쟁 선언문을 쓰는 것은 거부하는 게 온당하다는 것이다." 

                                                --조지 오웰 에세이집 <나는 왜 쓰는가>에서 발췌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