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집 짓는 소리 (2010년 10월 8일)

divicom 2010. 10. 8. 08:27

저희 동네에는 이층 단독주택을 허물고 그 자리에 한 동 또는 두 동짜리 아파트를 짓는 공사가 한창입니다. 집이 허물어지는 걸 보는 건 괴롭습니다. 제가 살던 집이 아닌데도 쿵 쿵 무엇이 무너지고 부서지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흠칫 흠칫 놀라게 됩니다. 마침내 집이 사라졌습니다.

 

집이 사라진 터는 늘 집보다 커보입니다. 파헤쳐진 흙더미는 시간의 무덤입니다. 그 집에 살던 사람들, 또 그 전에 살던 사람들, 또 그 전에 살던 사람들... 그들의 희로애락이 오랜만에 햇살을 받습니다. 모두 어딘가에서 행복하기를 기원합니다. 

 

오전 8시도 되기 전부터 땅 파는 소리, 망치질 소리, 철근 움직이는 소리가 공기를 채웁니다. 그래도 밤과 새벽이 있어 다행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가을이 오는 소리를 영 들을 수 없을 테니까요.

 

포크레인을 운전하는 사람, 못질하는 사람, 무엇을 나르는 사람...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을 보니 영화가 끝난 후 이동 화면에 나타나는 제작 참여자들 명단이 떠오릅니다. 그 명단은 언제나 저를 숙연하게 합니다. 완성된 작품만 보아서는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제작에 참여하거나 도움을 준 것을 알 수 있으니까요.

 

혹시 제 인생도 그런 걸까요? 어떤 생을 허물고 새로 지은 생일까요? 제 삶을 위해 무수한 사람들이 무언가 한 가지씩 해준 건 아닐까요? 아무래도 좀 더 열심히 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언젠가 제 생이 허물어지고 그 자리에 누군가의 생이 새 집처럼 들어설 때 단단한 기초가 되어주고 싶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