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9월이 가는 소리 (2010년 9월 30일)

divicom 2010. 9. 30. 07:55

마침내 9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길고도 잔인했던 여름에 이어 9월이 왔을 땐 참 기뼜습니다.

이젠 맑은 바람에 젖은 목덜미를 씻고 땀띠도 시나브로 사라지겠구나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9월은 또 다른 잔인함으로 생명 있는 것들을 괴롭혔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부드러운 힘인 물이 가장 무서운 힘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이 무색한 추석 뒤엔 초겨울 날씨가 급습하여 신종플루와 감기 환자가 급증했습니다.

 

자연의 잔인함에 맞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그 잔인함을 예상하고 대비하는 일, 이왕 일어난

재앙으로부터 교훈을 얻어 다시 재앙이 왔을 때 가능한 한 피해를 줄이는 것일 겁니다. 하지만 낡은

골조 위에 새 서까래를 올리는 식의 행정을 펴는 정부와, 당장 눈앞에 닥치는 일을 처리하느라 눈코뜰새 없는 시민들의 나라에서 천기를 생각하기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10월엔 하루에 단 5분이라도 좋으니 눈과 입을 닫고 아무 것도 하지 앉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그 상태에서, '나는 누구인가' '우주는 무엇인가' '시간은 무엇이며 자연은 무엇인가' '옳은 삶이란 무엇인가' 자꾸 생각해보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