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짐 든 엄마들 (2025년 2월 8일)

divicom 2025. 2. 8. 11:12

아파트 주차장에서 엘리베이터를 타려 하는데

아래층에 사는 모녀가 서둘러 옵니다. '열림' 버튼을

누르고 기다립니다. 

 

웃으며 인사를 나누고 곧 모녀가 내립니다.

중년의 엄마는 양손에 무거워 보이는 짐을 들고

있는데,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로 보이는 딸은

스마트폰만 들고 있습니다.

 

이 모녀를 볼 때마다 고개를 갸웃하게 됩니다.

키 작은 엄마는  거의 항상 무거운 것을 들고 있고,

키 큰 딸은 가벼운 것을 들거나 빈손일 때가 많으니까요.

 

물론 남의 사정을 모르면서 남을 판단하면 안 되겠지요.

건강해 보이는 딸에게 어떤 문제가 있어서 엄마가

짐을 들 수도 있을 테니까요. 

 

이 모녀에게 어떤 이유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엄마가

짐을 들고 자식이 빈손인 경우는 요즘 아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동네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하교하면 기다리던

엄마들이 아이들의 가방을 가져다 멥니다. 때로는

가방이 두 개 이상인데 그 가방들을 다 엄마가 메거나

들고 아이는 팔랑팔랑 투스텝으로 걷습니다.

 

무거운 짐이 아이의 키를 크지 못하게 할까봐 그러는

걸까요? 아니면 '금쪽같은'  자녀가 짐을 드는 게 안쓰러워

그럴까요? 

 

아이든 어른이든 자기 짐은 자기가 지는 게 맞지 않을까요?

자기가 운반할 수 없을 정도로 크거나 무거운 짐이면

애초에 갖고 다니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닐까요?

아이에게 엄마가 들어야만 할 정도로 무거운 것을

가져오라고 했다면, 그건 교사의 잘못입니다.

 

혹시 우리 아래층 모녀의 이상한 짐 배분도 딸이 어릴 때

시작된 게 아닐까요? 어려서부터 엄마가 자신의 짐을

들어다 주던 게 버릇이 되어, 자신은 다 자라고 엄마는

늙어가는 지금도 으레 '짐은 엄마 몫'이라고 생각하는 것

아닐까요? 그러다 언젠가 엄마가 짐을 들어주지 못하게

되면 엄마가 짐으로 취급받는 것 아닐까요?

부디 그런 일만은 없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