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초엔 늘 시를 읽게 됩니다.
시로써 머릿속을 씻고 정리하고 새 마음으로
새해 살이를 시작하는 것이지요.
단골 카페에서 류시화 씨가 엮은 시집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을
보다가 낯익은 시를 발견했습니다.
제 졸저 <우먼에서 휴먼으로>에 인용했던
'인생을 다시 산다면'이었습니다.
그 시는 오랫동안 나딘 스테어 (Nadine Stair)의
시로 알려져 왔는데, 사실은 나딘 스트레인
(Nadine Strain)이 쓴 에세이에 나온 것입니다.
저는 <우먼에서 휴먼으로>에 그 사실을 적고,
그 글이 1978년 미국의 여성 잡지 <패밀리 서클
(Family Circle)>에 실리는 과정에서 작가 이름이
잘못 기재되었다는 것을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인터넷에는 그 시가 여전히 나딘 스테어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고 제가 본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에도 나딘 스테어의 시로
적혀 있었습니다. 그 책은 수십 쇄를 거듭하며
상업적 성공을 거뒀는데, 그 책을 낸 열림원이
잘못된 사실을 인지하고 수정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누가 쓴 글이든 좋은 글은 좋은 글입니다.
아래에 제 책에 실었던 시의 원문과 번역문을
옮겨둡니다. 거울 보듯 보시고, 가능하면
소리 내어 읽어 보시면 좋겠습니다.
If I had my life to live over
I'd make more mistakes next time.
I'd relax.
I would limber up.
I would be sillier than I have been on this trip.
I would take fewer things seriously.
I would take more chances.
I would climb more mountains and swim more rivers.
I would eat more ice cream and less beans.
I would perhaps have more actual troubles,
but I'd have fewer imaginary ones.
I'm one of those people who live sensibly and sanely
hour after hour, day after day. I've had my moments,
and if I had to do it over again, I'd have more of them.
In fact, I'd try to have nothing else. Just moments,
one after another, instead of living so many years
ahead of each day.
I've been one of those persons who never goes
anywhere without a thermometer, a hot water bottle,
and a raincoat. If I had to do it over again, I would
travel lighter than I have.
If I had my life to live over, I would start barefoot
earlier in the spring and stay that way later in the fall.
I would go to more dances. I would ride more
merry-go-rounds and I would pick more daisies.
만일 인생을 다시 산다면
더 많은 실수를 저지를 거예요.
마음도 몸도 긴장을 풀고
더 바보처럼 살 거예요.
심각한 생각 따윈 하지 않고
더 많은 모험을 할 거예요.
더 많은 산에 오르고
더 많은 강에서 헤엄칠 거예요.
아이스크림은 더 먹고 콩은 덜 먹을 거예요.
고생은 더 하더라도 걱정은 덜 할 거예요.
하루하루 시간시간 분별 있게 살다 보니
진짜 이거다 싶은 순간이 많지 않았어요.
다시 살 수 있다면 그런 순간을 늘릴 거예요.
아니 인생 전체를 그런 순간만으로 채울 거예요.
앞날을 당겨 사는 대신, 지금 이 순간을 살 거예요.
체온계와 보온병과 레인코트를 챙겨야만 여행을
떠날 수 있었지만, 다시 산다면 가볍게 나설 거예요.
인생을 다시 산다면
봄이 오자마자 맨발이 되어 늦가을까지 그렇게 살 거예요.
춤도 더 많이 추고 회전목마도 더 많이 탈 거예요.
데이지꽃도 더 많이 꺾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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