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좋아하지만 카페에 갈 때는 생각해야 합니다.
커피값을 지불하고 휴식을 누릴 만큼 열심히 살았는가,
열심히 일했는가.. 커피값이 비싼 카페에 갈 때는 싼 집에
갈 때보다 더 생각해야 합니다. 생각을 끝낸 후 카페에
가서 맛있는 커피를 마실 때는 더 없이 행복합니다.
그런데 오늘은 기분을 망치고 말았습니다. 부자에겐
큰돈이 아니지만 제게는 큰돈을 내고 커피를 마시며
책을 보는데, 아기띠를 멘 세 명의 엄마가 끊임없이
카페 안을 돌아다니며 아기를 얼렀기 때문입니다.
스타벅스처럼 큰 카페면 아기띠에 안은 아기를 어르는
엄마가 다섯쯤 돌아다녀도 괜찮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제가 간 북카페는 테이블이 몇 개 안 되는
조그만 카페였습니다. 그 카페의 주인은 누구보다
아기와 어린이를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오늘은 완전히
질린 것 같았습니다.
이제 막 서기 시작했거나 기어다닐 아기들이 침침한
공간의 좁은 의자에 2시간 이상 머물다 보니 계속 소리를
질렀습니다. 엄마들은 그 아기들을 달래려 카페 안을
돌아다녔겠지요.
놀라운 건, 미안해하긴커녕 너무나 당당한 엄마들의
태도였습니다. 마침 손님이 별로 없으니 좀 돌아다니면
어떤가 생각했을지 모릅니다. 어쩌면 '아기가 태어나지
않아 큰일 난 나라에 아기를 낳아 주었으니 불평하지
마라, 귀한 아기를 키우다 지쳐 카페에 쉬러 왔으니
우리가 무슨 짓을 하든 아무말도 하지 마라'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지요.
엄마 셋 아기 셋이 떠나자 카페엔 평화가 찾아왔지만,
저도 그곳을 나와야 했습니다. 배웅하는 주인에게
웃으며 말했습니다. "'노 베이비 존'이라고 써 붙여야 하지
않을까요?" 아기를 좋아하던 주인이 심각한 얼굴로
답했습니다. "정말... 생각해 봐야겠어요." 물론 우린 압니다.
소리를 지른 건 아기들이지만, 아기들에겐 죄가 없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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