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문장

폴 고갱이 받은 거절 편지 (2023년 3월 23일)

divicom 2023. 3. 23. 17:56

<Paul Gauguin, Images from the South Seas

(폴 고갱, 남태평양의 이미지들)>이라는 제목의

책 63쪽을 읽다가 '거절의 미학'도 있구나

생각했습니다.

 

타히티 섬에서 그린 그림이 파리에서 좋은 평을

받지 못하자 고갱 (1848-1903)은 전시회를 

열어 그 수익금으로 다시 타히티로 돌아가려 합니다.

그는 저명한 스웨덴 작가 오거스트 스트린베리

(August Strindberg: 1849-1912)에게 전시회

카탈로그의 서문을 써달라고  부탁하지만

스트린베리는 정중한 편지를 보내 거절합니다.

아래는 그 편지의 일부입니다.

 

오랫동안 소설 출간을 시도했으나 여러 번

거절당한 저는 고갱이 참 부럽습니다.

고갱과 저를 비교하면 안 되겠지만, 저도

스트린베리의 편지와 같은 거절 편지를

받아보고 싶습니다. 

 

고갱은 스트린베리의 편지를 전시회 카탈로그의

서문 자리에 게재하고, 몇 년 후 성명서이자 회고록인

저서 <전과 후 (Avant et après:Before and after)>에도 

실었다고 합니다.

 

"I cannot get hold of your art and I cannot like it.

(I have no grasp of your art, which this time is

exclusively Tahitian.) But I know that this admission

will neither surprise nor wound you, for it appears

that the hatred of others can do nothing but 

strengthen you: your personality relishes the

antipathy it excites, in its anxiety to remain entirely

intact. (중략)

Bon voyage, Maitre! only, come back to us and

to me. By that time perhaps I shall have learnt

to understand your art better, and that will enable

me to write a real preface for a new catalogue.. (하략)"

"나는 당신의 예술을 이해하지 못하니 좋아할 수도

없습니다. (이번엔 모두 타히티 그림이더군요) 그렇지만

제가 이렇게 말한다고 해서 당신이 놀라거나 상처를

받진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남들의 혐오는 오히려

당신을 강화시켜 당신이 변함없이 당신답도록 할 테니까요.

(중략)잘 다녀오세요, 선생님, 꼭 돌아오셔야 합니다. 

그때쯤이면  제가 선생님의 예술을 더 잘 이해하게

되어, 새 카탈로그에 진짜 서문다운 서문을 쓸 수

있게 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