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문장

책상 위의 고양이 (2023년 1월 30일)

divicom 2023. 1. 30. 20:01

작년 가을쯤 고양이 한 마리가 제 책상 위

스탠드 아래에 자리 잡았습니다. 

부드러운 흰 헝겊 피부, 검은 머리에 붙인

분홍 리본이 어여쁘지만 큰 눈의 눈썹이

위로 올라가고 입을 꾹 다물고 있어

제 게으름을 감시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새해 첫 달이 끝나가는 오늘에야

고양이에게 이름을 지어주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양이의 이름은 엘리엇으로 지었습니다.

미국인으로 태어나 영국인으로 죽은 T.S. 엘리엇의 시

'고양이 이름 짓기 (The Naming of Cats)' 때문입니다.

영문까지 쓰려니 너무 길어 대충 번역해 올려둡니다.

 

고양이 이름 짓기

 

고양이 이름 짓기는 어려운 일이야

쉬는 재미로 일이 아니야

이렇게 말하면 내가 미쳤다고 할지 모르지만

고양이에겐 개의 이름이 필요해

우선 가족들이 매일 부를 이름이지

피터, 아우구스투스, 알론조, 제임스,

빅터, 조나단, 조지, 베일리

괜찮은 이름들이지

조금 다정한 느낌을 주는 그럴싸한 이름도 있어

신사용도 있고 숙녀용도 있지

플라토, 아드메투스, 일렉트라, 데메테르

매일 부르기에 괜찮은 이름들이야

그렇지만 고양이에겐 특별한 이름이 필요해

독특하고 품위 있는 이름이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고양이가 꼬리를 수직으로

세우고 구레나룻을 펼치고 자부심을 드러내겠어?

이런 용도에 맞는 이름을 필요한 만큼 있어

멍크스트랩, 쿠악소, 코리코팻,

봄발루리나, 젤리로금

이런 이름들은 각기 마리의 고양이에게만 있지.

그런데 이름들을 뛰어넘는 가지 이름이 있는데

그건 결코 추측할 수 없을 거야

인간이 연구한다고 찾아낼 있는 아니고

고양이 자신만이 알되 발설 하지 않을 테니까

깊은 생각에 빠진 고양이가 있다면

같은 이유로 그러는 거야

고양이는 가지를 생각하느라

정신이 없는 거라고, 가지 생각, 바로

자기 이름 생각이라고

말할 없이 말할 있고

말할 있다 말할 없는

심오하고도 웅숭깊은 뛰어난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