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오랜만에 명동에 나갔습니다.
명동성당 파밀리아홀에서 열린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오랜만의 외출이라 그런지 가는 길, 오는 길, 결혼식... 두루 재미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작년 어느 날인가 갔을 때 텅 비어 있던 명동 중앙로가
노점상들과 행인들로 북적이는 것이었습니다. 아이스크림과 석쇠구이 꼬치를 파는
노점들 주변엔 먹느라 바쁜 사람들이 많았고, 달고나를 만드는 상인 앞에도
기다리는 사람이 여럿이었습니다.
결혼식도 여러모로 새로웠는데, 몇 해 전 혼례와 공연을 위해 새로 지은
파밀리아홀은 성당보다는 개신교 교회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혼례미사를 집전하는 신부님도 신부님이라기보다는
목사님 같았습니다.
그동안 신부님과 목사님을 접하며 느낀 가장 두드러진 차이는
목사님들은 대개 힘을 주어 말하지만 신부님들은 힘을 빼고 말하고,
목사님들은 높낮이가 드라마틱하지만 신부님들은 대개 높낮이 없이
잔잔한 어조로 말씀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날의 신부님은 목소리에 힘을 줄 뿐만 아니라 어조의 변화도
다양해서 신부님이라기보다는 목사님 같은 느낌을 받은 것입니다.
나중에 피로연장에서 친구들과 밥을 먹으며 그런 느낌을 얘기하니
친구들도 그렇다고 했습니다. 천주교 신자인 한 친구는 "젊은 신부님이라 그래.
요즘 젊은 신부님들은 그래" 하고 얘기했습니다.
저로선 젊은 신부님들도 선배 신부님들처럼 힘을 빼고 잔잔한 어조로
얘기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개신교 목사님들과 차별화가 될 뿐만 아니라
가톨릭교회가 강조하는 '평화'에 더 잘 어울릴 테니까요.
신부님이 큰 목소리로 미사를 집전한 것을 '실수'라고 하는 거냐고요?
아닙니다. 신부님의 큰 목소리가 낯설긴 했지만 그건 그거고 그날 신부님의 '실수'는
그분이 '사랑'에 대한 생텍쥐페리의 말을 인용할 때 나왔습니다.
그분은 '사랑은 마주 보는 것이 아니라 한 곳을 보는 것'이라는 말이
<어린 왕자>에 나오는 말이라고 하셨는데, 그 말은
<인간의 대지: Terre des homme>에 나오거든요.
대단치 않은 '실수'를 굳이 정정하는 이유는, 누군가가 실수로 인용한 문장들이
그대로 퍼져나가 다시 인용되는 경우를 자주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날의 신부가 방송 작가라 하객 중에도 방송 작가들이 많았는데
그분들이 신부님의 말씀을 그대로 재인용할까 걱정됩니다.
젊은 신부님들 중에는 개신교에 비해 조용한 가톨릭교회의 분위기가
요즘 사회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역동적인 미사와 강론을 지향할지 모르나
풍조가 그럴수록 성당만큼은 도심 속 호수 역할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분들이 변화에 들이는 노력만큼의 노력을 강론 준비에 들였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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