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헬렌 켈러: '삼일간 볼 수 있다면' (2022년 2월 11일)

divicom 2022. 2. 11. 12:26

글을 읽으며 부끄러움이나 슬픔을 느끼는 일이 가끔 있습니다.

요즘 읽은 글 중엔 헬렌 켈러 (1880-1968)의 글이 그랬는데, 그 글은 

<The American Idea -- The Best of the Atlantic Monthly>에

실린 짧은 에세이 'Three Days to See'로, 그가 1933년에 쓴 것입니다.

 

생후 19개월에 열병을 앓고 시력과 청력 모두를 잃은 켈러가

'3일간 볼 수 있게 된다면' 그 시간에 무엇을 할까 생각하며

자신이 겪고 있는 장애와 비장애인들에 대해 쓴 글입니다.

 

3일 동안 볼 수 있다면 첫날은 자신을 지도해 준 앤 설리번 선생을

찬찬히 본 후 자연을 보고, 둘째 날엔 자연사박물관과 미술관에 가고,

셋째 날엔 음악회와 영화관에 가고 싶다고 쓰여 있습니다.

 

글을 읽다 보면 그의 지적인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기적 자체인 사람... 글이 있어 그와 동행할 수 있으니

우리는 얼마나 운이 좋은 걸까요? 말없음표는 문장의 생략을 뜻합니다.

 

 

p. 466: Only the deaf appreciate hearing, only the blind realize the

manifold blessings that lie in sight...

I have often thought it would be a blessing if each human being

were stricken blind and deaf for a few days at some time during his

adult life. Darkness would make him more appreciative of sight;

silence would teach him the joy of sound...

Recently I was visited by a very good friend who had just returned

from a long walk in the woods, and I asked her what she had observed.

"Nothing in particular," she replied. I might have been incredulous had 

I not been accustomed to such responses, for long ago I became 

convinced that the seeing see little.

 

귀가 들리지 않는 사람만이 들을 수 있음을 감사하고,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만이 볼 수 있음이 얼마나 다양한 축복인지 인식합니다...

성인이 된 사람들이 모두 단 며칠씩만이라도 눈이 보이지 않고

귀가 들리지 않는 상태를 경험하게 되면 좋을 거라고 가끔 생각합니다.

보이지 않는 어둠 덕에 볼 수 있음을 더욱 감사하게 되고

들리지 않는 침묵 덕에 듣는 기쁨을 깨닫게 될 테니까요...

최근에 친한 친구 하나를 만났습니다. 친구는 숲속을 한참 걷다

돌아온 참이었습니다. 무엇을 보았느냐고 물었더니 "별로 본 것 없어"라고

답했습니다. 제가 그런 반응에 익숙해 있지 않았다면 친구의 말을

믿지 못했을 겁니다. 그러나 오랜 전에 저는 볼 수 있는 사람들은

보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