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태극기'라는 제목으로 글을 쓰는 건 처음이 아닙니다.
2008년 8월 한국일보 '김흥숙 칼럼'에 쓴 적이 있으니까요.
당시엔 이명박 대통령이 베이징 올림픽에서 한국 팀을 응원할 때 흔든 태극기가
뒤집힌 것인데다, 올림픽에서 사용된 태극기의 규격이 맞지 않아 슬프다고 했었습니다.
오늘 다시 '슬픈 태극기'라는 제목의 글을 쓰는 것은 태극기와 광복절이 잊힌 것
같아서입니다. 아침에 태극기를 내걸 때만 해도 아직 일러서 동네에 태극기가 보이지 않는가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오후로 접어든 지금까지도 수백 가구의 집 중에 태극기를 건 집은
겨우 세 집 뿐입니다. 제가 사는 동네 사람들만 광복절과 태극기에 대해 무관심한 것인지
다른 동네 사람들도 그런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착잡합니다.
우리 현대사에서 가장 중요한 날인 광복절이 이런 대우를 받으니 제헌절, 현충일 등
다른 기념일들이 망각 속으로 빠져드는 건 당연합니다. 어쩌면 광복절이 일요일이 아니고
평일이었으면, 그래서 직장인들이 반기는 공휴일이었으면 아주 잠깐이나마 광복절과 태극기를
생각했을지 모릅니다. 미국의 경우 국가적 기념일이 주말과 겹치면 그 다음 월요일을 임시 휴일로
정하는데, 어쩌면 그것도 국민이 기념일을 기억하게 하기 위한 고육지책일지 모릅니다.
언제부턴가 공휴일 노릇을 하지 못하면 기억조차 되지 못하는 광복절, 스포츠 행사에서나
사랑받는 소품이 되어버린 태극기. 이대로 가다가 또 다시 타국의 속국이 되어 또 다시 광복을
그리는 날이 오는 것은 아닌가, 마음도 하늘 만큼 어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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