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문장

주한 중국대사의 기자회견(2020년 2월 5일)

divicom 2020. 2. 5. 11:38

어제 저녁 텔레비전 뉴스를 보다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새로 한국에 부임한 중국대사가 신임장도 제정하기 전에 기자회견을 연 것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신임장은 대사를 파견하는 나라의 원수가 대사가 부임하는 나라의 원수에게 보내는 문서

중국대사의 경우도 문재인 대통령에게 신임장을 제정한 후에야 정식 외교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싱하이밍 (于首尔) 대사가 어제 자기 대사관에서 연 '브리핑'은 정식 외교활동이 아닐까요?

한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확산을 막기 위해 취한 조치에 대해 그가 그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것은

중국 정부의 입장을 그의 입을 통해 밝히되, 문제가 되는 경우에는 그건 중국 정부의 입장이 아니고 

싱 대사 개인의 견해라고 말하기 위한 것일까요?


중국이 초강대국으로서 전 세계 인민의 인정과 존경을 받으려면 미국과는 다른 태도를 보여야 합니다.

여러 나라에 원조를 보내고 자칭 '세계의 경찰' 노릇을 하면서도 미국이 늘 '반미 데모'에 시달리는 건

예의를 지키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는 2008년 베이징 국제도서전에 갔을 때 도서전 안팎에서 수준 높은 중국인들을 여럿 접했습니다.

그들 중엔 우리 일행이 잃어버린 지갑을 찾아준 택시운전사도 있었고, 

복사 가게에서 우연히 만난 한국 출판사 사람들을 위해 밤새워 영문 자료를 중국어로 번역해준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 존경스러운 중국인들에게 걸맞은 중국, 예의를 지키는 중국을 기대합니다. 

아래는 경향신문의 관련 사설입니다.

 



사설]주한 중국대사의 ‘한국의 방역 조치’ 발언 적절한가

싱하이밍 신임 주한 중국대사가 4일 서울 주한 중국대사관에서 ‘브리핑’ 명목의 기자회견을 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한 한국 정부의 조치에 대해 “제가 많이 평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싱 대사는 “그러나 세계적이고 과학적인 것은 세계보건기구(WHO) 근거인 만큼 WHO 근거에 따르면 되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주한 중국대사가 부임한 지 닷새 만에 자청해 기자회견을 여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가 국경을 넘어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인접국인 한국에서 대중국 여론이 나빠지고 있는 분위기를 고려해 대언론 접촉을 서둘렀던 것으로 보인다. 싱하이밍 대사의 발언은 후베이성 방문 외국인의 입국을 제한한 한국 정부의 조치가 교역과 이동 제한을 권고하지 않은 WHO 방침에 어긋난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지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한국 정부가 입국제한 조치를 후베이성으로 한정하고, 중국 전역 여행경보 상향 등 추가조치를 내놓지 않은 상황을 고려해 발언 수위에 신경을 쓴 흔적이 보인다. “평가하지 않겠다”고 한 말이 다소 거슬리지만, 싱 대사가 한국어로 브리핑하는 과정에서 ‘말을 아끼겠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아무리 외교적이고 완곡한 표현이라고 해도 신임장 제정식도 하지 않은 외교사절이 공개 기자회견을 통해 주재국의 방역 조치를 견제한 것이 적절했는지는 의문이다. 차라리 외교채널을 통해 조용히 중국의 입장을 전달하는 편이 효과적이었을지 모른다. 기자들 사이에서 갓 부임한 대사가 짐도 풀기 전에 기자회견을 연 것부터 마뜩지 않다는 촌평이 나올 정도다. 강대국 외교사절의 언행은 주재국 국민의 주시 대상이라는 점을 싱 대사는 유념할 필요가 있다.

한편으로 싱 대사의 기자회견은 신종 코로나 사태가 외교관계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단계로 접어들었음을 환기시킨다. 정부로서는 국민의 안전을 챙기는 동시에 한·중관계까지도 고려해야 하는 만큼 부담이 커진 것은 분명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이웃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함께 연대할 때 진정한 이웃이 될 수 있다”고 한 데서도 고충이 읽힌다. 아무쪼록 신종 코로나 사태가 한·중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양국 정부의 조치가 자칫 상대국 국민의 감정을 상하게 할 경우 방역협력은 물론 자국 국민의 안전마저 위험해질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물론 국민 안전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 설 경우 때를 놓치지 말고 단호하게 결정해야 한다. 앞으로도 이런 결정을 해야 할 때가 있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신종 코로나 확산 차단을 위해 후베이성 외 3~5개 성을 방문한 외국인 입국금지 조치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을 지난 3일 정부에 전달했다고 한다. 중국 감염자의 40%가 후베이성 이외 지역에서 나오는 현실을 외면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정부가 신속·정확한 판단을 내려야 할 시기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02042035005&code=990101#csidxd2c442924f9e5b39bb2946860853c7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