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 새해 인사차 찾아간 꽈배기집이 통닭집으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본래 꽈배기를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젊은 주인이 열심히 하는 모습이 아름다워
가끔 찾곤 했는데, 한동안 가지 못한 사이에 문을 닫은 겁니다.
건너편 꽈배기집에 대한 원망이 솟구쳤습니다.
청년이 꽈배기집을 시작하고 몇 달 후 바로 건너편에
그 집의 서너 배 크기의 꽈배기집이 문을 열었습니다.
중년부부가 운영하는 집이니 부양할 가족이 많을지도 모르지만
'이건 너무 심한 것 아닌가, 상도덕 따윈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인가'
기분이 나빴습니다.
의기소침한 젊은 주인에게 "너무 걱정 말아요, 저 집이 처음 생겼으니
당분간은 손님들이 저 집을 가겠지만 이 집 꽈배기 맛이 좋으니 다시
돌아올 거예요" 하고 위로했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그 집으로 잠시 갔던 손님들은 다시 이 집으로 돌아왔고
청년은 다시 웃음을 찾았습니다. 많이 사지도 않는 제게 꼭 하나씩
덤을 주며 "덤 주지 마세요" 하면 드리고 싶어 드리니 맛있게 드시라고
웃었습니다. 그런데 한 2주 못 간 사이에 꽈배기집도 청년도 사라지고
발에 채이게 많은 닭튀김집이 들어선 겁니다.
부디 청년에게 나쁜 일이 생긴 게 아니기를...
어디 '눈 오는 작은 마을' 같은 곳에서 잠시 겨울잠을 자고 나서
새로운 사업을 하기 위해 떠난 것이길, 새해 복 많이 받기를 기원합니다.
아래의 그림과 시는 일러스트포잇 김수자 씨의 '詩詩한 그림일기'에 게재된 것입니다.
맨 아래 글은 김수자 씨의 글입니다. 아래 그림을 클릭하면 '시시한 그림일기'로 연결됩니다.
1월 1일
이선영
어리어리 길을 잃고 주춤주춤 찾아든
눈 오는 작은 마을 갈피에
서표인 듯 숨어 있는 아늑한 도서관
책으로 난 갈랫길 찾아 불쑥 들어서는
찬 공기 채 떨치지 못해 떨리는 입술을 다무는 객
파묵의 <새로운 인생>이나 키냐르의 <은밀한 생>
빈사의 바퀴를 굴리는 밤 버스와
빈사의 불꽃에 이르는 사랑의 여정을
서가에서 골라 권해 주는
말 없지만 두 볼이 달아오른 사서
그 사서의 반은 일렁이면서도 반은 잠겨 있는
동공이고 싶은
<60 조각의 비가> 민음사
비현실적으로만 느껴지던 2020년, 새 해가 밝았다.
내가 세상과 만났던 庚子年을 다시 만났으니 새로운 마음 가짐을 갖게 된다.
작년 초 일기에 적으며 고치려 했던 부족한 결함을 되짚어 보니 부끄럽기도 하다.
갓 태어난 아이처럼 순수함을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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