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언론계 후배에게 결례한 적이 있습니다.
그 후배는 교회에 다니는 사람이었습니다.
몇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 누군가가 어떤 교회 얘기를 하는데
제가 무심코 "거기 장사 잘 되나요?" 한 것입니다.
교회로 돈 버는 사람이 많고 교회를 사고팔 때 권리금이 오가는 세상이라
제가 무의식 중에 교회를 가게처럼 여겼었나 봅니다.
그 후배에게 변변히 사과도 못하고 헤어졌는데
인터넷에서 아래 기사를 보니 그때 일과 함께
'무교회운동'을 벌이신 함석헌 선생이 떠오릅니다.
맨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기사 원문으로 연결돼, 관련 사진과 도표 등을 볼 수 있습니다.
[취재후] 전광훈, 교회로 재개발 대박? 보상금 560억 근거 봤더니..
박찬 입력 2019.12.21. 08:00
서울 성북구 장위10구역엔 이제 사람이 보이지 않습니다. 재개발 사업으로 2천 세대 규모의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게 되면서, 지난해부터 이주가 시작됐습니다. 지금은 주민의 97%가 정든 동네를 떠났습니다.
그런데 아직 사람이 사는 곳이 있습니다. 전광훈 씨가 담임목사로 있는 사랑제일교회입니다. 언덕 위에 있는 이 교회는 오늘도 한쪽 첨탑이 부서진 채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재개발 역사상 종교시설이 요구한 최대 액수"
제보 내용의 일부분입니다. 재개발로 떠나는 당사자에게 적절한 보상금이 돌아가야 하지만, 교회의 보상요구액이 재개발 조합과 협의를 할 수 없을 정도로 과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실제로 교회가 조합에 보낸 공문을 보니, 보상금으로 '563.3억 원'을 요구했습니다. 여기에 재개발 동안 지낼 임시 예배실 등은 별도로 청구하겠다고 적혀 있습니다.
세부적으로 보면 두 부분이 눈에 띕니다. 신축공사비로 3백억 원이란 거액이 든다는 점과 교인 감소와 재정 손실에 대한 보상으로 1백억 원가량을 요구한다는 점입니다.
교회 신축에 '3.3㎡당 1천만 원'...전문가 "교회 공사비론 상(上)급"
현재 사랑제일교회 건물은 지하 1층에 지상 3층 규모로 연면적은 약 1,772㎡(537평)입니다. 교회는 보상금으로 지하 4층에 지상 7층, 연면적 약 12,012㎡(3,640평)의 교회를 짓겠다고 합니다.
신축공사비를 연면적으로 나누면 평당 건축비가 천만 원가량 듭니다. 건축 원가 전문가에게 해당 건축비가 적정한지 문의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대형 교회를 지을 때나 드는 규모라고 밝혔습니다.
정윤기 경실련 정책위원은 "사랑제일교회 같은 중규모 교회는 보통 평당 7백만 원 정도 든다"면서, 평당 1천만 원이면 상(上)급에 해당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교회 홈페이지에 나온 신축 건물 예상도를 볼 때, "외부적으로 커팅을 화려하게 해 가격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면서, 연면적을 6배나 키우고 이에 대한 건축비를 조합에 부담하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라고 말했습니다.
'신도·헌금 감소=영업 손실?'...교회로 영리사업 한다는 비판도
교회는 '재개발로 인한 교인 감소 및 재정 손실' 등을 이유로 요구한 110억 원. 이를 '기회손실비'라 표현했는데 현행 토지보상법에 해당 항목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만 비슷한 개념은 있습니다. 바로 영업손실에 대한 보상입니다. 재개발로 상점 등이 영업에 지장을 받기에 영업이익과 시설 이전비를 제공해야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비영리시설인 교회가 신도 수 감소와 이로 인한 헌금 손실을 영업이익처럼 계산한다는 데에 비판의 여지가 있습니다. 신기정 사단법인 평화나무 사무총장은 "교회는 말 그대로 사람들의 자발적 의지를 가지고 선한 뜻을 이루기 위해서 모인 공간"이라면서, 이를 두고 기회비용이나 영업비용 손실 등을 따지는 것은 교회를 영리 기관으로 보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습니다.
서울시토지수용위원회, 보상금 '82억 원'으로 결론...착공 지연에 주민 불편↑
조합과 교회 사이의 보상금 격차가 좁혀지지 않자, 결국 보상금 규모는 서울시 지방토지수용위원회의 재결을 받게 됐습니다. 지난 5월 지방토지수용위위원회는 조합과 교회 양측의 의견을 듣고 건물과 토지 등을 종합적으로 감정평가해 보상액을 재결했습니다.
보상금 액수는 약 82억 원, 당초 교회가 요구한 액수의 1/7 수준입니다. 재결서엔 교회와의 보상금 격차가 너무 크다는 조합의 의견과 종교시설이기에 일반 조합원들과 같은 보상을 받을 수 없다는 교회의 입장도 담겼습니다.
조합은 재결이 난 보상금 82억 원을 지난 7월 법원에 공탁했습니다. 이로써 법적으로는 교회 땅과 건물 등이 조합에 수용된 셈입니다. 하지만 교회는 아직 나가지 않고 있고, 구역 내 건물들 철거와 착공은 지연되고 있습니다.
재개발 착공이 지연되면서 장위 10구역은 '슬럼화'되고 있습니다. 거리엔 쓰레기가 즐비합니다. 특히, 장위전통시장 상인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습니다. 재개발 구역에 걸쳐 있는 시장은 점포 중 3분 2가 장사를 하지 않고 있고, 나머지 상점도 을씨년스러워진 분위기에 손님이 줄고 있다는 겁니다.
명도소송에 들어간 조합...교회는 "재개발 관련 답변 않겠다"
취재진은 사랑제일교회에 재개발과 관련해 보상금을 책정한 방법 등을 문의했지만 아무런 답을 하지 않겠다는 대답만 돌아왔습니다. 현재 조합은 교회를 상대로 퇴거를 요구하는 명도 소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법적 분쟁 중인 장위10구역은 어떻게 될까요?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합니다.
박찬 기자 (coldpark@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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