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문재인 대통령 '국민과의 대화' 그리고 미국과 일본(2019년 11월 20일)

divicom 2019. 11. 20. 12:28

어제 저녁 텔레비전이 생중계한 문재인 대통령의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를 보았습니다.

결론은 문재인 씨가 대통령이어서 다행이라는 겁니다.


왕정국가나 독재국가가 아닌 소위 민주사회에서 대통령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습니다.

국민의 수준은 아주 높은 사람부터 동물과 크게 다르지 않은 사람까지 각양각색인데,

그들 모두가 한 표를 가진 유권자이고 그로 인해 아주 낮은 수준의 국민과 비슷한 사람들이

국회의원에 당선돼 정치판과 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대통령은 중요합니다.

대통령이 누구냐에 따라 행정부를 비롯해 국가의 녹을 먹는 사람들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어제 열린 11차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 체결을 위한 3차 회의에서 미국 대표가 '무례'하게 

자리를 뜨는 바람에 이 결렬됐다고 합니다. 미국은 내년에 올해의 5배가 넘는 액수를 내라고 

요구했고 한국 측이 거부하자 미국 대표가 자리를 떴다는 겁니다. 3차 회의가 이렇게 종료되면서 

연내에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이 낮아지자,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자유한국당 나경원,

바른미래당 오신환, 세 원내대표가 이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오늘 미국 워싱턴으로 출국했다고 합니다.


1980년 대 신문기자로서 외무부(지금의 외교부)를 3년 동안 출입하며 외교문제를 들여다보고 

1999년 봄부터 4년 3개월 동안 주한 미국대사관에서 전문위원으로 근무했던 제가 보기에, 

미국 대표가 방위비 분담금 협정 체결을 위한 회의에서 일방적으로 자리를 뜬 것은, 올해의 5배가 넘는 

분담금을 내라는 요구만큼이나 놀랍지 않습니다. 이 모든 것은 미국의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이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니까요.


대통령은 국가의 공기를 바꿉니다. 비상식적인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상식이 통하지 않습니다.

'이명박근혜' 정부를 겪으며 한국 사회가 도덕적 퇴행을 거듭한 것처럼 미국도 퇴행을 거듭할 겁니다.


미국의 공직자들은 본래 한국의 공직자들보다 훨씬 더 열심히 '국익'을 추구합니다.

한국에게서 올해 받던 방위비의 5배를 내년에 받게 되면 미국에는 유리하겠지요.

한국과 미국은 '혈맹'이고 혈맹 사이에서 뭔가를 요구할 땐 상대의 형편을 살펴야 합니다.

그러나 트럼프는 한국의 형편을 살피지 않고 자신이 얻을 정치적 이익만을 생각합니다.

미국에서도 지성인들은 그런 식의 요구가 옳지 않다고 말하지만

수준이 낮은 국민일수록 트럼프에게 박수를 보낼 겁니다.


자유한국당 사람들이나 태극기부대 사람들이 들으면 실망하겠지만

한국은 미국에게 영국이나 이스라엘, 일본 같은 '친구'가 아닙니다.

좀 과장해서 말하면, 미국이 한국에 관심을 기울이는 건 한국이 미국의 요구에

'No'할 때뿐입니다. 한국의 사대주의자들이 미국이 하는 말이라면 무조건 'Yes'를 하기 때문입니다.


이인영, 나경원, 오신환, 세 정당의 원내대표들이 지금 왜 워싱턴에 갔는지

자로선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돈을 더 받고 싶어하는 쪽은 미국인데 왜 한국민을 대표한다는

국회 원내대표들이 미국까지 찾아가는 걸까요?


이혜훈 정보위원장 등 국회 상임위원장 들이 최근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의 관저에서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를 받고 왔다고 하는데, 세 원내대표들 또한 상임위원장들 꼬락서니가

되기 쉬울 겁니다. 물론 황교안 씨와 비슷한 견해를 가진 나경원 씨는 '친구' 대접을 받을 수도 있겠지요.


지소미아(GSOMIA: 군사정보보호협정) 문제도 그렇고 분담금 문제도 그렇고

대의와 상식을 버리고 국내 정치적 이익을 위해 비상식적 조치를 취하고 요구하는 것은

일본과 미국입니다.


이럴 때 한국 국민이 할 수 있는 최선은 대통령과 정부에 힘을 실어주는 것입니다.

어제 '국민과의 대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소미아 연장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보여주었습니다. 

일본이 지소미아의 연장을 원한다면 자국이 먼저 취한 수출규제조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SBS 보도에 따르면, 오늘 자유한국당의 황교안 대표가 국회에서 지소미아가 파기되면

"한미동맹 위기, 안보 위기, 나아가 경제 위기로 연쇄반응을 일으키게 된다. 심각한 국가적 재난이 우려된다"고 

말했다는데, 이런 사람이 다수당의 대표라니 참으로 한심하고 부끄럽습니다. 이런 사람들 때문에

경제력으론 세계 10위 권에 드는 한국이 아직도 미국과 일본에게 무시당하는 겁니다.


지금은 냉전시대가 아니고 한국은 1960년 대의 한국이 아닙니다. 

지소미아를 파기하고 주한 미군이 철수해도 한국에 '국가적 재난'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이명박근혜' 정부가 그렇게 말도 안 되는 식으로 국가 운영을 했지만 한국은 (퇴행은 했으되) 건재합니다.

한국이 분담금을 미국의 요구만큼 내지 않아도 주한 미군은 철수하지 못합니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필요에 의해 주둔하고 있으니까요.


이 모든 것을 알고 문재인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를 경청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나라의 대통령이 문재인 씨라 다행이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황교안 씨같은 겁쟁이 사대주의자가 아닐 뿐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이나 아베 총리처럼 정치적 이익을 위해 대의와 사람에 대한 예의를 저버리는 사람이 아닙니다.


1시간 57분 동안 대통령은 국민 앞에서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가 아름다운 모범을 보여주신

문재인 대통령에게 감사합니다. 제가 미국이나 일본의 국민이 아니고 한국 국민이어서 참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