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문장

로버트 블라이의 시(2018년 8월 28일)

divicom 2018. 8. 28. 16:39

한 시인의 시집을 읽는 것도 재미있지만 여러 시인의 시를 모아 놓은 시집을 읽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시인들이 각기 다른 감성과 표현을 선사해서 읽는 이의 즐거움을 배가시키기 때문입니다.


진은영 시인이 국내외 시인들의 시를 묶어 2016년에 예담출판사에서 펴낸 책

<시시詩詩하다>도 그런 책 중의 하나입니다.

외국시의 경우 원문과 번역자가 나와 있지 않아 서운하지만

다양한 시의 맛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시시하다>에 실린 시 중 220쪽에 있는 미국 시인 로버트 블라이(Robert Bly: 1926- )의 시,

 마지막 문장이 공감을 자아냅니다. 원문엔 어떻게 쓰였나 궁금해서 원문을 찾아봅니다.


<시시하다>에 실린 블라이의 시엔 '오랫동안의 바쁜 일이 끝나고'라는 제목이

붙어 있는데, 제가 번역한다면 다르게 할 것 같습니다.

두 번째 문장의 번역은 고개를 갸웃하게 합니다. 

아래에 원문과 <시시하다>에 실린 번역문, 제가 번역한 번역문을 함께 올려둡니다.


After Long Busyness

 

I start out for a walk at last after weeks at the desk.

Moon gone plowing underfoot no stars; not a trace of light!

Suppose a horse were galloping toward me in this open field?

Every day I did not spend in solitude was wasted.

--http://www.shigeku.org/xlib/lingshidao/waiwen/bly.htm

 


<시시하다> 번역문:


오랫동안의 바쁜 일이 끝나고


 몇 주 동안이나 책상에만 매달려 있다 마침내 밖으

로 걸어나간다.

 달은 지고, 터덜대는 발걸음에, 별 하나 없다. 빛이

라곤 흔적조차 없다!

 만일 이 허허벌판에 말 한 마리가 나를 향해 달려온

다면?

 고독 속에서 보내지 않은 모든 날들은 낭비였다.



김흥숙 번역문: 

 

긴 분주함 끝에


몇 주 동안 책상에서 시간을 보내고 마침내 산책을 나가네.

달은 발밑으로 지고 별 하나 없으니 빛은 흔적도 없네!

이 텅 빈 공간에서 말 한 마리가 나를 향해 질주해온다면?

고독 속에서 보내지 않은 모든 날들은 낭비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