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지금, 바로 이 시각, 역사상 처음으로
북한과 미국의 최고 지도자들이 만나 정상회담을 열고 있습니다.
세계인의 관심이 쏠린 싱가포르 센토사섬의 카펠라호텔.
회담의 성패를 점치는 사람들이 있지만, 회담은 그 자체로 이미 성공입니다.
첫술에 배 부를 수 없고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입니다.
적대적이던 두 나라의 정상이 만났다는 것만으로도 첫술을 먹은 것이고 한 걸음을 뗀 것입니다.
회담의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그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아래는 오늘 회담에 대한 경향신문 사설입니다.
사족: 국회 국방위원장인 자유한국당 김학용 의원과 '혼수성태'로 불리는 김성태 원내대표가
지난 5월 남북정상회담 때 문재인 대통령이 판문점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난
두 시간 가량, 남한의 국군통수권에 공백이 생겨 '무방비상태로 방치'되고 '국민이 불안해'했다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내일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 후보를 선출하면 안 되는 이유가 더욱 분명해졌습니다.
[사설]북·미 정상, 냉전구조 해체의 위대한 출발선에 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세기의 만남’이 12일 오전 9시(한국시간 오전 10시)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열린다. 북·미 두 정상이 성공적인 합의를 이뤄내면 세계에서 가장 오랜 적대관계가 청산되는 전기가 마련된다.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한반도에만 남은 냉전구조를 해체하는 위대한 출발선에도 두 사람은 나란히 서게 된다. 70년간 반목과 대립을 거듭해온 양국 정상이 한 테이블에 마주 앉는 것 자체만으로도 역사의 수레바퀴를 돌리는 사변적 의미가 있다. 이미 두 정상이 이틀 전인 10일 싱가포르 현지에 입국해 리셴룽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는 등 사전 일정을 시작한 것은 양국이 이번 정상회담에 부여하는 무게감을 짐작하게 한다.
이번 회담의 핵심은 미국이 원하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와 북한이 요구해온 ‘불가역적’ 체제안전 보장 및 제재해제가 어떤 수준에서 거래되느냐일 것이다. 두 정상이 비핵화와 체제안전 보장의 전체 일정을 포괄적으로 합의하되 그 과정을 최대한 압축해 단계적·동시적으로 이행한다는 내용을 합의문에 담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비핵화-체제 보장의 초기 조치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담아낼지가 초점이 될 것이다. 북한이 통 크게 비핵화 초기 조치를 이행하고, 미국도 종전합의는 물론 외교관계 수립 일정을 합의문에 명시하는 방안이 합의될 수도 있다.
회담에 임하는 북한의 태도에는 눈에 띄는 점들이 적지 않다. 우선 북한 최고지도자가 중·러·몽골이 아닌 제3국을 정식 방문한 것은 1984년 김일성 주석의 동유럽 순방 이후 34년 만에 처음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은 김정은 위원장이 미 합중국 대통령과의 역사적인 첫 상봉과 회담을 위해 중국전용기를 타고 평양을 출발해 싱가포르에 도착했다고 11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또 “새로운 조·미관계를 수립하고 조선반도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문제”와 “조선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한 문제들”이라고 회담의제를 공개했다. 북한이 최고지도자의 외국 방문을 귀국 전에 보도한 것도 이례적인 데다 타국 항공기 편을 이용한 사실을 주민들에게 솔직하게 공개한 것도 파격이다. 체면과 자존심보다 실리를 중시하는 김 위원장의 성향이 반영됐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번 회담을 반드시 성공시키겠다는 북한의 각오도 엿보인다.
미국의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와의 오찬회담에서 북·미 정상회담을 두고 “내일 아주 흥미로운 회담을 하게 된다. 아주 잘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트럼프가 발신해온 메시지는 가변적이지만 이제는 윤곽이 잡혀가고 있다. 그는 싱가포르 출발에 앞서 “북한을 위대하게 만들 기회는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단 한번의 기회”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회담을 ‘과정의 시작’으로 이해하고 있으며 북한과 관계 맺는 것을 최소한의 목표로 삼고 있다고 강조했다. 싱가포르 회담에 그치지 않고 워싱턴 혹은 평양에서 후속 회담을 이어가며 비핵화와 북·미관계 정상화라는 최종목표로 나아가겠다는 구상이 엿보인다.
트럼프의 표현대로 북·미 정상회담은 ‘미지의 영역’이다. 전인미답(前人未踏)의 길 위에 두 사람이 서게 될 줄은 반년 전만 해도 상상조차 하기 어려웠던 게 현실이다.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양측 당국자들의 성의있고 진지한 노력에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담대한 결단이 더해져 비로소 열린 길이다.
70년에 걸친 뿌리 깊은 적대관계와 북핵 문제가 한 차례 회담으로 일거에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이번 회담을 통해 두 정상이 신뢰를 쌓을 수 있다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긴 여정을 함께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싱가포르 회담이 평화로 가는 역사적인 이정표가 되기를 한국인은 물론 세계인도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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