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문장

구의회의 관행과 싸우는 강석미 씨(2018년 5월 12일)

divicom 2018. 5. 12. 11:43

지방선거가 다가오니 이상한 일이 일어납니다.

모르는 사람이 웃는 얼굴로 다가와 친한 척을 하는가 하면 

낯선이가 핸드폰 문자로 아는 척을 합니다.

시장 후보, 구청장 후보는 알아도 구의회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는데, 

주로 구의원에 출마하려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 경향신문 1면을 보니 구의원 후보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겠습니다.

그들이 우리가 내는 세금을 얼마나 많이 쓰는지 알게 됐으니까요.

그 일등공신은 경향신문 1면 인터뷰 기사의 주인공 강석미 씨입니다.

그는 저보다 더 정치에 관심이 없던 시민에서 '프로 민원인'으로 거듭났습니다.

그가 제기하는 민원의 대상은 서대문구의회 의원들이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저지르는 비리입니다.

그와 제가 같은 서대문구 주민이라는 게 자랑스러운 한편, 

저는 그와 달리 제가 사는 동네의 정의에조차 기여하지 못했으니 부끄럽습니다.


기사를 보면 구의회 의원의 연봉이 4천만 원이 넘고 

'해외연수'라는 명목으로 소비하는 비용도 적지 않습니다.

저는 구의회는 폐지하거나 의원을 철저히 '명예직'으로 하여 연봉을 주지 말고 

기본 경비--전기요금, 수도요금 등--만 지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같은 시대엔 굳이 '해외연수'를 가야 지방자치제도를 배울 수 있는 게 아니니 갈 필요가 없고

꼭 가야 한다면 각자 개인 비용으로 충당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로선 강석미 씨 같은 분이 구의회 의원이 되면 좋겠습니다.

구의회의 나쁜 관행을 누구보다 잘 아는 분이니 새로 선출되는 구의원들이 다시 그런 구태를 

되풀이하지 않게 견인차 역할을 할 테니까요.


다시 한 번 강석미 씨에게 감사하며, 아래에 경향신문 기사를 옮겨둡니다.


[커버스토리]‘수상한 외유’ 딱 걸렸어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정치와는 담을 쌓고 살았다. 하물며 구의회에 대해서는 더욱 관심이 없었다. 그랬던 강석미씨(56)가 구의회 규정을 샅샅이 꿰는 기초의회 ‘프로 민원인’이 된 건 다 서울 서대문구의회 때문이다.

강씨는 20년차 서대문구 주민. 지난 1월5일, 늘 다니던 길 인근에 서대문구의회 임시청사가 들어선 걸 발견했다. 호기심에 들어간 것이 구의회의 관행을 저격하고 감시하는 실천으로 이어질 줄 몰랐다. “공무원이 내부를 견학시켜주더라고요. 구의원은 봉사직으로 통·반장의 연장쯤으로 알고 살았어요. 그런데 국회처럼 회의장에 의사봉도 있고 의장은 방도 따로 있고 비서와 차도 있더라고요. 구의원 연봉은 4000만원이 넘고요.”

이것저것 물어보며 구의회를 구경하고 있는데 구의원들은 보이지 않았다. 다들 어디 갔냐고 물어보니 해외연수 중이란다. 정초부터 우르르 연수를 갔다는 게 좀 이상했다. 알아보니 매년 하반기에 다녀왔던 해외연수를 올해만 특별히 상반기에 갔다는 것. 이유는 오는 6월 치러질 지방선거 때문이었다. 한마디로 임기 끝나기 전에 한 번 더 해외를 다녀온 것이다. 해외연수 예산을 당겨썼으니 자연스럽게 차기 구의회 의원들은 하반기에 연수를 갈 수 없다.

“세금을 받는 구의원들이 임기 4년 동안 네 번의 해외연수를 갔으면서 올해 또 악착같이 다섯 번째 해외연수를 다녀왔다니 양심불량 아닌가요. 회사에서도 신입사원 연수는 있어도 퇴직자 연수는 없어요.”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구의원의 임기 말 해외연수에 분노한 강씨는 그 이후 정보공개 청구, 민원, 회의록 열람, 언론사 제보 등 가능한 수단을 총동원해 구의회의 오래된 관행의 불합리를 추궁했다.

“구의회가 있는지조차 몰랐다”던 강씨는 이제 자신의 선거구뿐만 아니라 서대문구의 다른 선거구 구의원들의 이름을 줄줄이 꿰고 그에 대한 평가도 거침없다. 지난 4일 서울 연희동 서대문구의회 앞에서 강씨를 만났다.

▶“납득할 수 없는 관행들…위법 아니라 괜찮다는 게 말이 됩니까”

지난 1월10일, 강씨는 서대문구의회 홈페이지 ‘의회에 바란다’에 첫 민원을 올렸다. “학교로 치면 졸업생이 입학할 신입생이 가야 할 여행 경비를 미리 쓴 것이므로 새로 임명될 8대 구의원들이 피해를 보게 되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기 말 구의원들이 올해 예산을 당겨서 5번째 해외연수를 간 이유가 궁금합니다.” 또 구의회 의장에게 면담을 신청해 직접 물어보기도 했다. 의장과 구의회의 답변은 동일했다. 의원 경험이 채 쌓이지 않은 의원들이 연수를 가면 지방자치제도에 대한 이해능력이 떨어져 연수 효과가 별로 없다는 것. “의장에게 다시 물었죠. 연수의 목적은 이를 의정활동에 반영하기 위한 것 아니냐. 두 달 후 3월이면 바로 선거판에 들어갈 사람들이 왜 연수를 가냐고 반박했죠.” 현역 의원들이 또 당선될 수 있고 당선이 안되더라도 어딘가에서 사회봉사를 할 때 임기 말의 해외연수가 역량이 될 수도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강씨는 또 따져 물었다. “아니 왜 개인의 역량 강화를 주민 돈으로 합니까. 임기가 5개월 남았고 두 달 뒤면 선거판에 뛰어들 사람들이 세금으로 연수 가는 게 말이 되냐고요.”

강씨의 지적은 ‘임기 말 해외연수’에만 그치지 않았다.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니 ‘구의원 해외연수’는 “엉터리 요지경”이었다. 관광명소를 둘러보며 놀다 오는 ‘여행’이 아니라, 주민들이 낸 세금으로 ‘해외 벤치마킹’을 목적으로 간 연수라면 연수계획부터 결과까지 그 과정이 투명하게 기록으로 남아야 한다. 그러나 여행 전에 올려야 할 연수계획서는 연수를 마치고 나서야 홈페이지에 올라왔고, 연수보고서는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백과사전식 정보 일색이었다. 이조차도 제때 올라오는 경우가 없었다. “하물며 고등학생 아들도 일본에 다녀오면서 연수기를 쓰느라 몇날 며칠을 고생했어요. 연수보고서도 구의원이 아니라 공무원이 쓰더라고요. 이게 공무원 연수냐, 구의원 연수냐고 따져 물으니 관행이라고 하더라고요. 해외 나가지 않아도 다 쓸 수 있는 그런 보고서 말고 정말 구의원들이 뭘 느꼈는지 몇 자라도 쓰라고 했죠.”

강씨는 밤을 새워가며 구의회 규정들을 공부하고 해외연수 예산을 따져보았다. 이를 10개가 넘는 질문으로 조목조목 정리해 다시 서대문구의회 홈페이지 ‘의회에 바란다’에 2차·3차 민원으로 올렸다. “서대문구의회 의원공무국 여행규정에 의하면 심사위원회 회의록을 지체 없이 홈페이지에 게시해야 하는데 8건 중 공개된 회의록은 3건뿐이다” “여행 계획 의원은 출국 15일 전까지 별지 제1호 서식에 의거, 여행계획서를 심사위원회에 제출해야 하는데 여행계획서가 없다” “해외연수 예산을 전년 대비 40% 올린 근거가 무엇인가” 등. 주변에선 민원을 넣는다고 밥이 나오냐, 쌀이 나오냐며 만류했지만 강씨는 끈질기게 묻겠다는 입장이다. “결국 이 문제는 나를 포함해 우리 주민 모두가 피해자잖아요. 못 참겠더라고요. 주민의 세금으로 구의원들이 더는 엉터리 요지경 해외연수를 못 가도록 공정한 과정을 거치는 지침이라도 마련해 놓고 싶었어요.”

물론 수십년간 쌓인 관행의 벽은 단단했다. ‘구의원들이 다들 그렇지 뭐’라며 관행을 뒷받침해주는 무관심의 벽도 높았다. 구의회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문제가 될 것 없다는 태도를 보이며 무성의한 답변으로 일관했고, 때로는 업무에 방해가 된다며 강씨에게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해외공무여행 심사를 담당하는 의원은 임기 말 해외연수에 대한 입장을 묻자 “뭣 때문에 추궁하는지 모르겠는데 좋을 대로 하라”며 화를 내기도 했다. 강씨는 시민단체와 감사원에도 민원을 넣고 언론사에도 제보했다. 시민단체와 감사원에서는 답이 없었고 언론사로부터는 워낙 비일비재한 관행이라 보도가 어렵겠다는 답변을 들었다. 서대문구 주민 100명의 서명을 일일이 받으며 주민감사 청구도 시도했으나 이 같은 관행에 대해 다른 구에서도 그간 비슷한 청구가 많았고 또 법적으로 위배되는 사항이 아니라며 청구가 반려되기도 했다. 국민신문고에 기초의원이 연수를 다녀올 때 반드시 직접 연수보고서를 쓰도록 하고 임기가 1년 이상 남았을 때만 해외연수를 갈 수 있는 규정을 만들어달라고 호소했으나 불채택됐다. 그러나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한 방송사에서 강씨의 제보를 받아 메인 뉴스 시간에 보도했고, 이후 이웃들의 응원과 지지도 점점 늘고 있다.

강씨는 적어도 이번 지방선거까지 서대문구 이웃들이 좋은 후보를 선택할 수 있도록 활동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이제는 익숙해진 정보공개 청구로 7대 의원들의 의정활동을 알 수 있는 구정 질문, 청원 횟수, 5분 발언 횟수 등을 집계했다. “어떤 의원은 구정 질문을 하나도 안 했어요. 도대체 이런 사람들이 왜 구의원을 하려는지 모르겠어요.” 지난 9일에는 부실한 해외연수 보고서에 대한 4차 민원을 의회 홈페이지에 올리는 한편 주민 117명의 서명을 받아 여행사 선정 기준 및 비용 집행 내역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를 신청했다. 회의록과 지역신문 보도를 찾아 성희롱, 비리 등 문제를 일으켰던 의원들의 실상을 자신의 블로그 등을 통해 알리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서는 당을 불문하고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의 개소식 등에 참여해 응원을 하기도 한다. “기초의회가 2인 선거구제가 되면서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에서 공천만 받으면 살인자도 당선된다는 말이 있잖아요. 이렇게 거대 양당이 나눠먹는 구조 속에서 구의회의 묵은 관행들이 이어진다고 봐요. 이런 식으로 할 거면 구의회 폐지해야 한다는 생각도 들지만, 제대로 된 후보가 뽑혀 구청을 감시하는 역할을 한다면 풀뿌리 민주주의 자체는 좋다고 봐요. 제대로 된 의원이 있었다면 임기 말에 해외연수를 가는 일이 있었을까요. 후보를 잘 보고 찍어 제대로 된 구의회를 만들 수 있도록 지방선거 때까지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거예요.”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05120600025&code=940100&sat_menu=A070#csidxfbd3ff5c3827a22ba19b68dbdaf830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