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문장

비와 강풍에 날아간 '책의 해' 행사(2018년 4월 24일)

divicom 2018. 4. 24. 10:02

광화문광장에서 22일과 23일 이틀 동안 열리기로 예정됐던 '책의 해' 행사가 

센 바람을 동반한 비로 인해 하루만 열렸다고 합니다.


가장 좋은 친구, 가장 재미있는 친구 모두 책에서 만난 저는 

남들도 저처럼 책 속에서 변치 않는 친구를 만나길 바라지만

오늘의 한국인 중엔 책을 잊은 사람이 많습니다. 

성인 열명 중 네 명은 일 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고, 

한국 성인의 평균 독서시간은 하루 24시간 중에 24분 정도라고 하니까요.


이런 상황을 타개하고자 정부가 '책의 해'를 선포하고 서울 한복판에서 대규모 행사를 열었는데

비바람 때문에 행사가 반쪽나니 정부와 출판계, 책 좋아하는 사람들 모두 실망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문제를 다룬 노컷뉴스 조은정 기자의 기사에는 '"하늘이 안도와주네요" 

최대 규모 책 행사 취소에 출판계 한숨만'이라는 제목이 달려 있습니다. 

글 쓰고 번역하며 책 덕에 먹고 사는 사람으로서 저도 이 행사의 실패가 매우 안타깝지만, 

한편으로는 언제까지 행사를 열며 '하늘의 도움'을 기대할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행사를 기획할 때, 특히 옥외 행사를 기획할 때는 그때의 기상 상황이 어떨지 알아보는 게

상식입니다. '책의 해' 행사를 기획한 사람들이 4월 하순 날씨를 기상청에 알아보았는지 궁금합니다.

왜냐 하면 4월 하순엔 따뜻한 봄 날씨보다 사계절이 혼재한 변덕스런 날씨가 찾아오곤 하니까요. 


옥외행사의 경우 꼭 고려해야 할 것은 비입니다. 비가 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비가 조금 오면 어떻게 하고 비가 세게 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비가 강풍을 동반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등, 

아주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계획이 있어야 합니다. 하늘의 도움이나 은사가 필요한 '최선의 상황'을 기대하지 말고, 

폭우나 폭설이 내릴 때 등 '최악의 상황'에 철저히 대비해야 행사를 예정대로 치를 수 있습니다.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이런저런 계획을 세워두자'고 하면 '뭘 그렇게까지 해? 유난 떨지 말고 

대충 해'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앞뒤 상황 보지 않고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어린아이 같은 사람이거나 

'은사망상' 환자들입니다. 


'세계 책의 날(World Book Day)'이 4월 23일이어서 그때에 맞춰 광화문 행사를 기획한 것 같은데

세계와 발맞추는 것도 좋지만 옥외행사인 만큼 우리나라 특유의 4월 날씨를 고려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년, 내후년에 비슷한 행사를 연다면 '하늘의 도움' 대신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계획을 세우기 바랍니다.

아래는 노컷뉴스 조은정 기자의 기사입니다.     

  

"하늘이 안도와주네요" 최대 규모 책 행사 취소에 출판계 한숨만

CBS노컷뉴스 조은정 기자 입력 2018.04.24. 06:03 수정 2018.04.24. 06:33

정부와 출판계가 오랜기간 공들여 준비했던 최대 규모의 책 행사가 비 때문에 취소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5년만에 올 한해를 '책의 해'로 선포하고, 광화문 광장에서 대규모 행사를 준비했지만 강풍을 동반한 비가 내리면서 노력은 수포로 돌아갔다. 정부와 함께 독서율 끌어올리기에 발벗고 나섰던 출판계도 상심을 감추지 못했다.

◇ 이틀 연속 비내려 광화문 광장 행사 취소, 참여 시민 예상의 6분의1에 그쳐

23일 오후 비바람이 몰아치는 광화문 광장에서는 스텝들과 서점 관계자들이 풀 죽은 모습으로 무대와 부스를 철거했다. 문체부와 '2018 책의 해 조직위원회'가 주최한 '누구나 책, 어디나 책' 행사가 이날 오전 우천으로 전격 취소됐기 때문이다.

행사 첫날인 22일에는 간간이 내리는 빗속에서도 행사가 진행됐지만 두번째 날에는 아침부터 많은 비와 함께 강풍이 몰아치면서 행사 진행이 불가능하게 됐다.

독립서점들이 홍보와 책 판매를 위해 책을 싣고 왔지만 침수 피해를 입었다. 여러 곳에서 기증받은 책들도 일부 물에 젖었다.

해마다 '세계 책과 저작권 날'인 4월 23일 진행된 행사에 더해 올해는 특별히 정부와 출판계가 '책의 해'를 맞아 규모를 역대 최대로 하고 총력을 기울였기 때문에 타격은 컸다.

시민들에게 책을 나눠주는 '책드림' 행사를 비롯해 야외 도서관을 만드는 '삶의 도서관', '오감 체험', '저자와의 만남', '화제의 독립 책방', '북 콘서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지만 모두 야외에서 진행돼 취소할 수 밖에 없었다.

공들여 준비했던 행사를 접을 수 밖에 없게 되자 관계자들도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정은숙 2018 책의해 집행위원장은 "정말 열심히 준비했는데 날씨 때문에 제대로 진행하지 못해 너무 슬프다"며 "우레탄 방수막으로 우천에 대비를 해서 어제는 괜찮게 진행을 했는데, 오늘은 바람이 너무 강하게 불어 접을 수밖에 없었다"며 아쉬워했다.

◇ 수개월 행사 준비한 관계자들 허탈, '책의 해' 홍보에도 빨간불

행사에 참여했던 독립출판사들과 스텝들도 상심이 크긴 마찬가지였다. 한 독립출판사 관계자는 "고가의 외국 서적이 침수 피해를 입었다"며 "날씨만 좋았어도 시민들과 더 많이 만나고 책을 소개할 수 있었을 텐데 이렇게 돼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에는 2억원 가량의 예산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3만여명의 시민이 올 것으로 예상했지만 목표치에 한참 못 미치는 5천명 참여에 그쳤다. 정부는 침수 피해를 입은 독립서점에 대해서는 피해 보상을 준비하고 있다.

'2018 책의 해'의 중심 행사였기 때문에 정부와 출판계는 대책 마련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26일 서울 창비 서교빌딩에서 열리는 <책 생태계 비전포럼>에서 여러 의견이 나올 전망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저희도 어쩔 수 없는 천재지변으로 행사가 취소돼 안타깝지만 올해 책의 해를 맞아 진행되는 심포지엄 등은 차질없이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CBS노컷뉴스 조은정 기자] aori@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