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만우절과 민들레 (2018년 4월 1일)

divicom 2018. 4. 1. 21:48

오늘은 즐거운 만우절입니다.

일년 중 거짓말을 해도 되는 유일한 날이니 그냥 넘어갈 수가 없습니다.

가족들에게 말했습니다. 


"그 뉴스 봤어? 최순실 씨와 이명박 전 대통령이 한 구치소에 있는데

순실씨가 이 전 대통령의 얼굴을 때려서 야단이 났대."

"정말?"

"그거 팩트요?" 

조금 더 얘기를 지어내야 하는데 제 안에서 웃음이 터져나오는 바람에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아니야, 오늘이 만우절이라 거짓말 한 번 해봤어."

최순실 씨와 이 전 대통령의 가족들에겐 미안하지만 그 두 사람 덕에 

우리 가족은 한바탕 크게 웃었습니다.


참, 평양에 간 우리 예술단의 공연을 보고 나서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었다는 얘기 들으셨어요?

5월 8일 어버이날에 남북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주선하자고 했다지요?

물론 이 말도 거짓말입니다.^^


만우절이지만 재미있는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보이지 않습니다.

어쩌면 진해 군항제를 보러 가느라 바빠 거짓말을 지어낼 시간이 없는 건지도 모릅니다.

텔레비전 뉴스마다 군항제의 인파와 인파를 구경하는 벚꽃입니다.


화면에 흩날리는 벚꽃을 보니 아까 산책길에 들은 민들레의 얘기가 떠오릅니다.

"내 전생은 키 큰 벚꽃이었어. 키 작은 꽃들 내려다 보는 재미도 쏠쏠하고,

사람들이 자꾸 찾아와 예쁘다 예쁘다 해주니 살 만했지. 

그런데 꽃 지고 나니 내가 벚꽃인 걸 잊은 사람들이 자꾸 내 발에 쓰레기를 갔다 버렸어. 

어느 날부터 밑둥이 썩기 시작했고 시름시름 앓다가 죽고 말았어.

죽으면서 다시는 벚꽃으로 태어나지 말기를 빌었지.

그랬더니 이번 생엔 키 작고 노란 민들레로 태어난 거야.

민들레는 벚꽃보다 봐주는 사람이 적지만, 

나를 보는 사람들은 허리를 굽히고 아주 오래 들여다봐 줘.

나는 벚꽃으로 많은 사람들의 환호를 받던 때보다 

그윽한 몇 사람의 눈빛을 받는 지금이 훨씬 좋아."


정말 민들레의 얘기를 들었느냐고요?

글쎄요, 정말일까요, 거짓말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