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반려동물 양육비(2018년 4월 9일)

divicom 2018. 4. 9. 20:44

어젠 흐리고 춥더니 오늘은 파란 하늘에 햇살도 따스했습니다. 

산책을 하다 보니 옷 입은 강아지를 데리고 걷는 사람들이 자주 보였습니다.

종업원은 사장을 닮는다는데, 강아지도 주인을 닮는지 쌍쌍이 닮아 보였습니다.


잠깐 쉬러 들어간 카페엔 유치원생이나 초등학교 저학년인 듯한 아이들과 엄마들이 가득했습니다.

생김새도 차림새도 말투도 엄마를 닮은 아이들, 엄마가 하라는 대로 빵을 먹고

엄마가 하라는 대로 책을 보는 아이들을 보니 조금 전에 본 사람과 강아지 커플들이 떠올랐습니다.

모처럼 공기도 좋고 햇살도 따스하니 시끄러운 카페에서 책을 보는 것보다 

산책을 하면 좋을 텐데... 안타까웠습니다. 

 

강아지와 고양이는 '애완동물'을 넘어 '반려동물'이 되었지만, 

아이들은 오히려 엄마의 '애완' 대상으로 머무는 것 같습니다.

경향신문 조호연 논설위원이 오늘 '여적' 칼럼에 쓴 것처럼

인간과 반려동물의 위상이 비슷해지고 있는 게 아닐까요?

  



[여적]반려동물 양육비

조호연 논설위원

인간이 맨 처음 길들인 동물은 개였다. 빠르고 후각이 뛰어나며 한번 물면 놓지 않으니 동물 사냥에 적합했다. 종종 ‘인간 사냥’에도 동원됐다. 오사마 빈 라덴의 은신처를 발견한 미 해군의 군견이 대표 사례다. 주인과 외부인을 분별하는 능력 때문에 집을 지키는 번견으로도 활용돼왔다. 이후 개는 애완용을 거쳐 인간 삶의 동반자가 되었다.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며 안정감과 친밀감을 주는 동물이라는 뜻인 ‘반려동물’이라는 이름도 붙여졌다. 인간과 함께 지낸 지 3만년 만에 인간과 다른 종족으로서는 최초로 ‘가족의 지위’를 얻게 된 것이다. 물론 반려동물은 개 외에 고양이, 햄스터, 곤충 등 종류가 다양하다. 하지만 인간과 교감하는 능력에서 개를 능가하는 동물은 없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펫팸족’은 반려동물이 삶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설문조사를 해보면 “반갑게 대해줘 외롭지 않게 해준다”는 답이 가장 많다. 파편화된 사회에서 충직하고 편한 동물에게서 안식과 위로를 구하려는 심리가 엿보인다. 이러다보니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인간에게 하는 대우 못지않다. 사람처럼 입히고 먹이고 돌보는 ‘의인화’ 현상이 일반화된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하지만 도를 넘어보이는 행태도 있다. 정기적인 건강검진과 스케일링 등은 건강을 위한 것이니 그래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70만원짜리 일제 개모차(개 전용 유모차)나 300만원짜리 펫 드라이룸(털 말리는 기계)은 동물 주인의 과시욕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이런 기계를 사준다고 반려동물이 더 행복해질지 동물의 관점에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반려동물에게 지출하는 비용을 위해 생활비를 줄여가며 가난하게 사는 ‘펫푸어족’도 등장했다. 반려동물에게 홍삼이 들어간 유기농 사료를 사 먹이고 자신은 빵이나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것이다.

온라인마켓플레이스 옥션이 반려동물 양육비가 월평균 13만3000원이라는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월평균 자녀양육비 128만원(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의 10분의 1 수준이다. 하지만 자녀양육비의 절반이 반려동물 양육비에 없는 교육비임을 감안하면 그 비율은 5분의 1로 줄어든다. 인간과 반려동물의 위상이 점점 비슷해지고 있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04082047005&code=990201#csidx5817419f0b39e9fb75ee24eeda078c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