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고래가 죽을 때(2018년 4월 11일)

divicom 2018. 4. 11. 20:15

오랜만에 한강을 건너 강남에 다녀왔습니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라는 말이 있는데, 저는 '친구 보러 강남 갔다'온 것입니다.


친구가 사주는 맛있는 밥을 먹고 서울교육대학교 정문 안쪽에 있는 카페에 갔습니다.

커피 값은 싼데 맛이 좋아 연거푸 두 잔을 마셨습니다.

유리창 밖 교정의 나무들과 하늘도 아름다웠습니다.

그러나 너무 시끄러워서 오래 머물 수가 없었습니다.


초등학생 세 명이 큰소리로 떠드는데 엄마들은 다른 테이블에 앉아 얘기하느라 바빴습니다.

저쪽 테이블에선 고등학생 네 명이 줄곧 소리치듯 얘기했습니다.

어린이는 어린이대로, 젊은이는 젊은이대로, 늙은이는 늙은이대로 떠드니

최대출력으로 켜놓은 앰프 앞에 앉아 있는 것처럼 괴로웠습니다.


어느 시대에나 그 시대가 최악이라고 생각한다지만 

이렇게 천박하고 시끄러운 사람이 많았던 시기는 없었을 것 같습니다.


집에 돌아와 침묵으로 귀를 씻은 후 인터넷 바다에 들어가보니 

고래가 플라스틱을 먹고 죽었다는 기사가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는 최근에 어머니를 잃었습니다.

친구에게 말하진 않았지만 '이 끔찍한 세상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떠나신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래는 조금 전 인터넷 한겨레신문에서 본 고래 기사입니다. 

맨 아래 원문보기를 클릭하시면 죽은 고래와 그의 뱃속에서 나온 쓰레기 사진을 볼 수 있습니다.




플라스틱 먹고 죽은 고래…뱃속에 쓰레기 29㎏ 있었다



스페인서 2월 발견 부검 결과 “플라스틱이 사인”
비닐봉지, 로프, 그물이 장관 막아 복막염 유발


“죽은 고래의 경고를 들으세요.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에 무슨 일을 일으키는지 가까이 와서 보세요.”

필리핀 환경단체인 그린피스 필리핀은 세계 고래의 날인 2월18일 마닐라만 해변에 플라스틱 폐기물로 만든 

길이 15m의 거대한 고래 조형물을 설치했다고 페이스북을 통해 밝혔다.


단지 경고가 아니라 실제로 비닐봉지 등 플라스틱 폐기물은 고래를 죽인다. 2월27일 스페인 남부 무르시아 해변에서 향고래 한 마리가 죽은 채 발견됐다. 길이 10m, 무게 6t의 젊은 수컷인 이 고래의 사인을 엘 바예 야생동물구조센터가 조사한 결과 플라스틱 쓰레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고 무르시아 지역당국이 4일 밝혔다.

이 고래는 주로 오징어를 잡아먹는데, 부검 결과 뱃속에서는 29㎏에 이르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나왔다. 비닐봉지를 비롯해 로프, 그물 조각 등이 위장과 창자를 가득 막고 있었다. 당국은 고래가 배출하지 못한 플라스틱 쓰레기가 

위장과 창자 내부를 막아 장관 안쪽 벽에 세균과 곰팡이 감염을 불렀고, 결국 복막염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았다.

지역 자연보호기관이 트위터를 통해 공개한 사진을 보면, 향고래는 놀랍게 말랐고 뱃속에서는 쓰레기 매립장에서 

보는 것 같은 플라스틱 폐기물이 가득 들어있었다.


플라스틱 사용과 폐기가 늘면서 바다의 플라스틱 쓰레기는 급속히 늘어나, 북태평양에는 조류를 따라 플라스틱 쓰레기가 모인 거대한 쓰레기 지대가 펼쳐져 있다(▶관련 기사: 태평양 한가운데 거대한 ‘플라스틱 수프’ 있다).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리포츠’에 실린 최근의 연구를 보면, 이곳에는 남한 면적의 16배인 160만㎢에 걸쳐 1조8000만 조각으로 이뤄진 플라스틱 쓰레기 8만t 이상이 떠다닌다.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animalpeople/human_animal/840062.html?_fr=mb3#csidx3153f75f9eccca1b2d26bebe4c1f2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