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신문선의 축구 해설 (2010년 5월 17일)

divicom 2010. 6. 17. 13:03

가끔 월드컵 축구 중계를 텔레비전으로 보다 보면 채널을 돌리고 싶습니다. 부부젤라의 소음은 어쩔 수 없다 해도 해설하는 사람의 말투와 시각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입니다. 그러나 SBS 혼자 월드컵을 중계하니 축구를 보려면 꾹 참고 그냥 봐야 합니다. 채널을 선택할 수 있었던 2006년 게임이 생각납니다. 그때 ‘진실’을 말해 ‘매국노’가 되었던 신문선 해설위원도 떠오릅니다.

 

뉴스엔 김소희 기자의 보도에 따르면, SBS는 차범근 감독을 비롯해 김병지, 박문성, 장지현, 김동완 등 총 다섯 명으로 남아공월드컵 해설진을 구성했다고 합니다. 지난 번 월드컵 때 차범근 씨 보다 낮은 시청률을 기록했던 신문선 씨를 내치고 차 씨를 선택했다고 하는데, 다섯 명이나 되는 해설위원에 신 씨를 포함할 순 없었을까, 어쩌면 신 씨가 제외된 건 그 때 그 매국노 사건 때문이 아닐까, 고개를 갸웃하게 됩니다. ‘강만길 연구기금’이 발행하는 계간지 <내일을 여는 역사> 25호에는 그때의 상황이 잘 나와 있습니다.

 

“...스위스 선수가 골을 넣을 적에 부심이 오프사이드 깃발을 들었는데도 주심은 골로 판정하였다. 한 방송에서 해설을 맡은 신문선 씨는 오프사이드가 아니라고 해설하였다. 그의 해설은, 스위스 선수가 패스한 볼이 이호 선수의 발에 맞고 프라이 선수 쪽으로 굴러가서 골로 연결됐기 때문에 오프사이드가 아니라는 것이다. 다른 해설자와는 다른 말을 하였으나 양심적이고 정확한 해설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큰 사단은 또 여기에서 시작되었다. 신문선 씨를 매국노라고 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고 그 방송사에서는 신문선 씨의 해설을 중지시켰다. ‘매국노 신문선’은 인터넷으로 퍼져 나갔고 언론들도 동조하거나 침묵하는 꼴을 보였다. 제2의 매국노로 매도당하는 꼴이 무서웠던 모양이다. 어떻게 이 지경에 이르렀는가? 그러니까 오프사이드가 아니라도 오프사이드라고 왜곡해야 애국자가 되는 것이란 논리가 성립된다. 그뿐이 아니다. 무슨 짓을 해서라도 한국 축구가 16강 또는 4강에 들어야 우리 민족이 우수하고 국가의 능력이 돋보인다고 생각한 것이다...”

 

만일 지금 시청자와 청취자들이 신문선 씨의 해설을 들을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면, 참으로 유감이 아닐 수 없습니다. ‘낮은 목소리’를 ‘높은 목소리’보다 좋아하는 저는 신문선 씨의 해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그의 목소리가 그립습니다. 단조로운 부부젤라의 톤에 지배당하는 중계방송이 신 씨의 다이내믹한 목소리를 그립게도 하지만, 대부분의 해설자들을 능가하는 해박함과 ‘조금 다른 견해’에 대한 그리움이 더욱 큽니다. 안타깝게도 오늘날 스포츠는 정치로부터 자유롭지 못합니다. 축구는 축구일 뿐이며, 스포츠는 스포츠일 뿐이라고 생각할 수 있던 시절, 그때가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