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17 국제교류재단상 수상자 이경희 선배 수상 소감(2017년 10월 31일)

divicom 2017. 10. 31. 11:55

어제 이경희 선배님의 국제교류상(Korea Foundation Award) 수상 소식을 이 블로그를 통해 알린 후

이 선배님께 수상 소감도 올리고 싶으니 좀 주시라고 졸랐습니다.

오늘 선배님이 이메일로 보내 주신 수상 소감을 여기에 올려둡니다.

소위 한국 홍보를 업으로 삼는 사람들에게 매우 중요한 메시지가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맨 앞과 끝의 인사 말씀은 생략했고, 특별히 제 가슴을 울린 문단은 파랗게 표시했습니다.

선배님, 옥고를 나눠 볼 수 있게 해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


2017 '국제교류재단상(Korea Foundation Award)' 수상 소감: 수상자 이경희 Koreana 편집장


재단에서 처음 제게 수상소식을 전해주셨을 때, 사실 많이 놀래고 당황했습니다. 무엇보다도 과연 제가 이 상을 

받을 만한 일을 해왔는가 하는 자기반성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Koreana 편집자문위원 한 분께 제가 요새 영문 모르는 일을 겪고 있습니다라고 했더니, 그 분이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아니, 평생 영문을 가지고 씨름하면서 살아온 사람이 아직도 영문을 모르느냐?” 고요.

 

또 여러 분이 만시지탄이라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그것도 사실이라고 생각했는데, 상을 받기에는 제 연령이 다소 

높은 게 아닌가 겸연쩍은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돌이켜보면, 1970 1 4일 아침 영하 20도의 추위 속에 칼바람 몰아치는 청진동 골목을 걸어 올라가 

Korea Times 편집국에 제가 첫 발을 들여놓은 후 거의 반세기가 흘렀습니다. 그 동안 적지 않은 일을 해 왔지만 

생각해보면 결코 그 어느 일도 제가 혼자 한 것은 없었습니다.

 

학교를 갓 졸업한 저를 영어신문 기자로 길러 준 Korea Times, 몇 번의 퇴사와 재입사를 허용하며 제게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던 Korea Herald, 그리고 2007년부터 오늘까지 Korea FocusKoreana, 두 가지 중요한 

간행물의 편집장이라는 중책을 제게 맡겨 온 한국국제교류재단, 그 밖에 문화재청, 이화여자대학교 출판부를 

포함한 여러 기관과 많은 분들이 제게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함께 고생하고, 또는 지켜보며 격려해주셨습니다. 그리고 그 중의 많은 분들이 오늘 이 자리까지 와 주셨습니다.

 

올해는 Koreana 가 창간된 지 30년이 되는 뜻 깊은 해입니다. 그래서 여름호부터 겨울호까지 표지에 30주년 기념 엠블럼을 넣고 더욱 정성껏 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Koreana 가 한 권 한 권 나오기까지는 많은 분들의 노고가 필요합니다. 편집자문위원님들로부터 인쇄하고 

제본해서 마무리 작업을 하시는 분들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분들이 좋은 책을 만들기 위해서 함께 일하고 계십니다.

 

그 중에는 물론, 필자, 사진작가, 편집 기획, 디자이너 등, 여러 부문에서 지식과 지혜와 창의로 책을 격조 있고 

아름답게 만들어 주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리고, 때로는 우리 말로 읽어도 쉽지 않은 글들을 외국어로 옮겨주시는 번역가들이 계십니다. 그것도 한두 개 언어가 아니고, 무려 열 개의 언어로 남모르는 고뇌 속에 씨름을 하고 

계십니다. 또한, 각 언어판을 위해 번역된 기사들을 원어민의 감각으로 수정하고 보완해주는 에디터들도 계십니다.

 

1987,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본격적인 등장을 하고 있을 즈음, 때 맞추어 태어난 Koreana 는 그동안 많은 발전을 해왔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노력을 높이 보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계속 더 

좋은 책을 만들기 위해 새로운 생각, 새로운 시도를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창간 이후, Koreana 가 우리의 고유한 문화를 잘 보여주어 세계인들의 눈을 한국을 향해 뜨게 하는 데 주력해 

왔다면, 앞으로는 공동의 관심 주제를 찾아 그들의 가슴을 열어, 함께 즐기고, 함께 생각하고, 때로는 함께 고민하며, 함께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더 많이 노력할 것입니다.

 

그래서, 세계 방방곡곡 더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한국을 지혜로운 사람들의 아름다운 문화가 살아 생동하는 나라, 꼭 가보고 싶은 나라, 그래서 주변 강대국들의 지정학적 계산에 희생되어서는 안되는 나라, 핵무기로 파괴될 수 

없는 나라, 더 나아가 하루 빨리 통일을 이루어 오롯이 한 국가로 일어서서 국제사회와 인류 평화를 위해 일해야 

하는 나라 이렇게 인식하고 협조하는 데 Koreana 가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더욱 더 열심히 책을 

만들 것입니다.

 

드리고 싶은 말씀은 많지만 시간이 많이 흘러 이만 줄이겠습니다. 남은 시간 좋은 대화 나누시며 즐거운 시간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이제 서른 살을 지나 불혹의 나이를 향해 첫발을 내딛는 Koreana 의 앞날을 축복해

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