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경향신문과 문학동네 (2017년 9월 11일)

divicom 2017. 9. 9. 11:09

지난 9일 경향신문사에 아래의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그날 아침 신문을 보고 느낀 점이 있어서 입니다.

그랬더니 오늘 경향신문 백승찬 기자로부터 답장이 왔습니다.

제가 보낸 이메일 아래에 옮겨둡니다.

백 기자의 성의 있는 설명 덕에 경향신문 구독 중단은 일단

미뤄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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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경향신문을 집에서 구독하는 사람입니다.
오늘 신문의 '책과 삶' 면을 보고 느낀 점이 있어 메일 보냅니다.

오늘 '책과 삶'에 문학동네 출판사의 책이 4권이나 소개돼 있는데,
이게 옳은 일인지, 아니 상식적인 일인지 궁금합니다.

20면에는 문학동네의 <슈퍼피셜 코리아>와 <빛 혹은 그림자>가 
지면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고, 21면에도 문학동네의 <콜럼바인>이
사진과 함께 소개돼 있는가 하면, 19면의 아랫단에도 
문학동네의 <나의 작고 작은>을 소개하는 기사가 있습니다.

특히 <나의 작고 작은>과 <빛 혹은 그림자>에 관한 기사는 
백승찬 기자라는 분이 쓴 것으로 돼 있는데,
이분이 문학동네와 특별한 사이인지, 문학동네와 특별한 사이인
윗사람의 지시로 이렇게 쓴 것인지, 아니면 
경향신문과 문학동네가 각별한 사이인지 궁금합니다. 

물론 아무리 각별한 사이라 해도 이런 식의 치우침은
평소 경향이 내세우는 정의나 유사한 가치와는 거리가 먼 것이지요.

문학동네가 힘없는 출판사라 해도 이 정도의 지면을 할애하는 것은
옳지 않지만, 문학동네는 이 나라 출판시장을 좌지우지하는 큰손 중
하나입니다. 이 출판사는 과평가된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을 
어마어마한 선인세를 주고 들여와 번역 출간한 곳입니다.

이 나라에 출판사가 얼마나 많은지, 아무리 열심히 책을 만들어도
단지 힘없는 출판사라는 이유로 출판 담당 기자들의 눈길을 받지 못하는
곳이 얼마나 많은지를 생각할 때, 오늘 경향의 지면은 실망은 물론
분노마저 자아냅니다.

저로선 구독을 중단하면 그만이지만, 경향이 표방해온 가치를 중시하는 사람으로서,
다시는 이렇게 편파적으로 신문을 제작하지 말길 바라며 몇 자 적어 보냅니다.

김 흥숙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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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경향신문 백승찬이라고 합니다.

 

보내주신 메일을 해당 부서로부터 잘 전달받았습니다. 독자님의 지적을 뼈아프게 받아들입니다 .

 

이해에 도움이 될까 싶어 변명을 하겠습니다. 신문사에는 한 주에도 수백 종의 책이 배송되는데, 책 회의를 하면서 이를 지면에 반영하기 위한 선정 작업을 합니다. 그런데 지난주에는 그렇게 골라낸 책들 중에 문학동네의 책들이 유독 많았습니다. 저희도 회의 중에 이를 인지하고 고민을 했지만, 문학동네의 책을 제쳐두고 선정할만큼 좋은 책이 없었습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출판시장의 불황으로 중소 규모 출판사의 책 종수가 줄어들고, 문학동네는 나름의 자본력과 기획력으로 여전히 많은 책을 냅니다. 출판사의 다양성을 담보할 것인가, 책의 수준을 먼저 고려할 것인가, 항상 고민하는 문제입니다. 하지만 많은 독자 입장에서는 어느 출판사에서 나왔는지를 따지기보다는, 책 내용 자체를 따지지 않을까 생각해 일단 출판사 이름은 제쳐두고 책의 내용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때가 많습니다.

 

아울러 '나의 작고 작은'은 출간된지 몇 주 된 책입니다. 다만 '이상한 책을 보았다'란 코너가 매주 있지 않아 이번주에 소개됐을 뿐입니다.

 

이렇게 설명했지만, 여러 가지 수긍하지 못하는 점이 있으실 줄로 압니다. 앞으로는 다양한 출판사의 책들을 소개하는데 조금 더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