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화요일에 들렀던 카페에서 우연히 만난 시,
낱장 노트들 사이에 숨어 있다가 오늘 짠 하고 나타났습니다.
안상학 시집 <그 사람은 돌아오고 나는 거기 없었네>에 실린 시입니다.
시집 제목을 보고
이쯤 안다면 쉰 살은 넘었겠군 하고 생각했는데,
아닌게 아니라 그는 1962년 생이라고 합니다.
아래에 옮겨둔 시에서도 무엇을 아는 사람의 냄새가 납니다.
이만큼을 안 사람이 남은 시간을 어떻게 살지,
어떤 시를 쓸지 지켜봐야겠습니다.
벼랑의 나무
숱한 봄
꽃잎 떨궈
깊이도 쟀다
하많은 가울
마른 잎 날려
가는 곳도 알았다
머리도 풀어헤쳤고
그 어느 손도 다 뿌리쳤으니
사뿐 뛰어내리기만 하면 된다
이제 신발만 벗으면 홀가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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