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은 여러 가지 면에서 수필과 다릅니다. 사전적 정의에 상관 없이 제 생각을 말씀드리면, 수필은 그야말로
마음 가는 대로 어떤 주제에 관해서나 자유롭게 쓰는 글입니다. 칼럼은 그 글이 실리는 매체와 지면에 따라 다르게 쓰는 글일 겁니다. 일간신문에 쓰는 칼럼과 잡지에 쓰는 칼럼이 다르고, 신문이라 하더라도 '여행'면에 실리는가,
'의견'이나 '시론' 등 시사를 다루는 면에 실리는가에 따라 다르게 써야 하는 것이지요.
이렇게 다른 글들이지만 좋은 글이 갖춰야 할 점은 공통적입니다. 새로운 정보(informative), 깨달음
(enlightening), 즐거움(entertaining) 등을 주는 것이지요. 세 가지 요소를 두루 갖추면 아주 잘 쓴 글이지만
그 중 한둘만 갖춰도 좋은 글이라는 얘길 듣습니다. 오늘 아침 경향신문에 실린 경제학자 정태인 씨의 글은
세 가지 요소를 다 갖췄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 번 읽어보시지요.
정태인 씨는 칼폴라니 사회경제연구소의 소장인데 아래 기사 원문 주소를 클릭하면 그의 얼굴을 볼 수 있습니다.
칼 폴라니(Karl Polanyi: 1886-1964)는 20세기 대표적 경제학자 중 한 사람으로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의 수도이던 비엔나에서 태어났고, 추상적 경제학에 맞서 현실을 반영하는 실질적, 구체적 경제학을 주창하고 행동했습니다.
칼폴라니 사회경제연구소는 그의 이론과 실천을 따르는 사람들이 서울에 세운 협동조합으로 '시장과 수익성의
원리로 인해 획일화되고 왜곡된 우리 사회'의 정상화를 위해 2015년 3월에 출범했으며, '시장 경제뿐만 아니라
공공 부문과 사회적 경제 등 여러 영역들이 저마다의 역할을 맡아 서로 상승 작용을 일으키는 새로운 경제 모델을 구상'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연구소 홈페이지 참조: (http://www.kpia.re.kr/?p=892)
[정태인의 경제시평]트럼프 대통령께
정태인 | 칼폴라니 사회경제연구소장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6262128005&code=990100#csidxb1c3895dd8081d6aa9812bac5bfd384
지금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힘센 분에게, 필경 100% 전달되지 않을 편지를 씁니다. 그래도 이렇게 편지를 쓰는 건 혹시라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신께서 너무 쉬워서 오히려 못 보는 답이 있지 않을까, 싶어섭니다. 대통령께서 “지금 가장 중요한 현안”이라고 말한 북핵 얘기입니다.
지금 대통령이 처한 궁지에서 벗어나는 길은 물론 확실한 성공 하나를 세계에 보여주는 것이겠죠. 그리고 북핵 문제야말로 대통령의 능력을 보여줄 최상의 대상임에 틀림없습니다. 2000년 10월12일 북·미 공동 코뮈니케로 평화의 희망을 한껏 고조시킨 뒤, 무려 17년 동안 어느 대통령도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고 오히려 북·미관계는 가파른 내리막길만 걸었습니다.
북한은 2000년대 초 어느 시점에, 이제 누가 뭐래도 웬만한 대외적 변화가 없는 한 MAD(Mutual Assured Distruction·상호확증파괴) 전략으로 끝까지 가 보겠다고 결심한 듯합니다. 핵(대량살상무기)을 보유한 국가가 먼저 (핵)공격을 받는다 해도 보복 능력이 살아 남는다면 상대방도 초토화의 운명을 피할 길이 없겠죠. 그래서 오히려 평화가 유지된다는 얘긴데 북한의 미사일은 MAD의 범위를 이제 하와이 부근까지 넓힌 모양입니다.
거기다 북한은 살아 남기 위한 ‘벼랑 끝 전술’을 가장 잘 구사하는 나라입니다. 기본적으로 치킨게임에서는 ‘미친 놈’이 이기게 되어 있죠.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셸링 교수와 버클리대의 파월 교수는 핵을 가진 약한 나라가 모든 걸 희생할 각오를 하는 경우 어마어마한 강대국도 후퇴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논증했습니다. 국력 싸움을 ‘결의(resolve)의 싸움’으로 전환시키는 것, 이것이 연약한 새우가 고래들을 농락하는 비결인 셈입니다.
물론 핵·미사일 실험은 ‘배반’ 행위니까 ‘응징’을 해야 합니다. 유엔이 연이어 점점 센 제재조치를 내놓는 것도 그 때문이죠. 하지만 북한의 에너지와 식량 줄을 쥔 중국은 대화를 강조할 뿐 화끈하게 제재에 동참하지 않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옳습니다. 이 문제는 중국이 풀어야 합니다. 단 북핵의 동결과 단계적 해체에 대해서 응징뿐 아니라 보상을 결합해야 합니다.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를 하려면 북한이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을 정도의 보상도 주어져야 합니다. 북한이 핵무장으로 돌진하면서 완전히 잃어버린 그것, 바로 국제관계가 북한에는 당근이자 동시에 ‘행복한 족쇄’입니다.
중국은 북한이 믿을 만한 약속을 할 수 있습니다. 바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통한 대규모 투자입니다. AIIB가 발족할 때 북한도 가입을 원했지만 중국이 냉정하게 거절한 바 있죠. 북핵 동결을 기점으로 핵 폐기까지 단계적으로 AIIB가 점증하는 인프라투자를 약속하는 겁니다. 이제 MAD에 의한 평화는 ‘핵 없는 세상’ 주창자들의 용어인 MAED(Mutual Assured Economic Destruction·상호확증경제파괴)에 의한 평화로 서서히 대체됩니다.
문제는 중국이라는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겁니다. 그 방울은 바로 사드 배치의 철회, 적어도 레이더의 교체입니다. 사드에 대한 조치 하나로 중국이 대북 제재의 강화와 AIIB 지원에 적극 나선다면 북한도 협상에 나설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 대통령의 대차대조표를 들여다볼까요? 모든 항목에서 흑자입니다. 이 어마어마한 성과를 내는 데 미국은 돈 한 푼 들지 않습니다.
이제 대통령은 역대 최초로 북핵 문제를 해결한 분이 됩니다. 사드가 원안대로 배치된다 하더라도 대통령의 업적으로 치부될 리 없습니다. 그건 오바마 대통령이 결정한 일이니까요. 한·미 정부는 한목소리로 성주의 사드는 오로지 북한 미사일 방어용이라고 했습니다. 북한용으로 레이더를 바꾸면 그 목적은 더 효율적으로 달성됩니다. 나아가서 굳이 사드를 배치해서 중국과의 본격적 대립에 나서는 것이 과연 중장기적으로 미국의 이익이 될지도 의문입니다(미국의 국제관계 학자마다 서로 다른 의견을 내고 있으니 골고루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며칠 뒤 대통령께서는 대한민국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합니다. 바로 이 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신의 한 수’에 합의할 수 있습니다. 양국의 동맹은 굳건해지고 중국 역시 대환영할 겁니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의 평화를 한 걸음 전진시킨 사람으로 기억될 겁니다.
추신: 악수할 때 힘자랑은 마시기를…. 마크롱한테도 한번 당하셨잖아요. 이건 비밀인데 문 대통령도 그리 만만한 분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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