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핸드폰, 컴퓨터, 그리고 존 스타인벡(2017년 6월 22일)

divicom 2017. 6. 22. 16:48

어제는 하지, 일년 중 낮의 길이가 가장 긴 날이었습니다. 낮이 가장 짧았던 동지부터 점점 길어진 낮의 길이가 

어제는 14시간 35분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낮이 길어서 좋은 점은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무엇을 한참 해도 아직 낮이니 또 무엇인가를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뭔가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어둠이 내릴 때 쯤엔 녹초가 될 수도 있긴 합니다만... 


낮이 기니 좀 생산적으로 보내야겠다 생각했는데, 그 일이 핸드폰(표준어로는 '휴대전화')이나 컴퓨터로 할 일은 

아니었나 봅니다. 핸드폰과 컴퓨터가 작동되었다 안 되었다 하니까요. 혹시 제게 핸드폰으로 연락했는데 

연락이 되지 않은 분이 계시면 걱정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그냥 전화가 고장 난 것뿐이니까요.


긴 낮... 조금 읽다 덮어둔 책을 읽어야겠습니다. 레오나르드 믈로디노프의 <유클리드의 창: 기하학 이야기>와 

존 스타인벡의 <The Winter of Our Discontent(불만의 겨울)>입니다. 대학 시절 제가 몹시 좋아했던 스타인벡, 

며칠 전 그의 중편 <The Pearl>을 읽으니 제가 왜 그 작가를 그렇게 좋아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신은 인간의 계획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문장을 기억하고 있었지만 그 문장이 어디서 왔는지 잊고 있었는데, 

그 소설에 있었습니다. 바로 아래의 문장이지요.


And this Kino knew also--that the gods do not love men's plans, and the gods do not love success unless it comes by accident. He knew that the gods take their revenge on a man if he be successful through his own efforts." (Bantam Books, P. 38)


'신은 인간의 계획을 좋아하지 않으며, 스스로 노력해서 성공하는 인간에게 복수한다'는 문장은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킵니다. 신을 'god'로 표현하지 않고 'gods'라고 복수로 쓴 것만 보아도 스타인벡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습니다. 세상의 신자들이 유일신을 믿는 대신 많은 신을 용인했다면 세상은 지금보다 훨씬 평화로웠을 겁니다. 


<The Pearl(진주)>는 바닷속에서 큰 진주 한 알을 손에 넣은 가난한 어부 키노의 삶이 그 진주로 인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보여줍니다. 어려서부터 소유욕이 적었던 제게 스타인벡이 좋은 친구가 되고 격려가 되었던 건 

우연이 아니겠지요.


두통과 함께 일어나 타이레놀과 함께 시작한 하루... 꽤 여러 가지 일을 했는데도 아직 세상은 무대처럼 환합니다.

세상이 이렇게 밝으면 어둠을 틈탄 범죄나 일탈도 줄어들겠지요?

아직도 몇 시간이나 남은 '낮', 즐겁고 보람차게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