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너 시간 전 동네를 산책하다 깜짝 놀랐습니다. 늘 텅 비어 있던 떡볶이집 앞 좁은 보도에 삼사십 명이 늘어서
있었습니다. 이틀 전인가 텔레비전 프로그램 '생활의 달인'에서 그 집 비슷한 집이 소개되는 걸 보았는데,
바로 그 집이었나 봅니다. 그 집은 거기서 영업한 지 얼마 되지 않은데다 언제 보아도 별로 손님이 없었는데
갑자기 문전성시를 이루니 신기했습니다.
동네 작은 가게들이 잘 되는 것을 바라는 사람으로서 저도 그 집에 가 본 적이 있습니다. 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고, 문을 여는 시각이 규칙적이 아니어서 '저러면 안 되는데'하고 걱정한 적도 있습니다. 그 집에 가서 받은 첫 인상은 '프로답지 않다'였습니다. 문 여는 시각이 일정하지 않은 것도 프로답지 못한 것이지만 그 집을 운영하는 가족인 듯한 사람들의 태도도 프로답지 않았고 맛도 별로 인상적이지 않았습니다.
이 동네는 대학교 부근이고 이곳엔 떡볶이와 튀김을 파는 집이 여럿입니다. 반경 1, 2 킬로미터 이내에 '아딸'이었다가 '감탄'이 된 프랜차이즈 가게도 있고, '이정희 떡볶이'도 있고, '엄마손 떡볶이'도 있습니다. 그밖에도 분식센터가 건물마다 하나씩 있다시피하고 집집마다 단골이 있습니다.
'생활의 달인'에 출연한 것으로 짐작되는 집은 그 중 가장 한가해 보이던 집인데 어떻게 그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된 것인지, 그 집의 떡볶이와 튀김이 '달인'이 만든 것이라 할 수 있을 만큼 맛있는지 궁금합니다. 그 집에서 먹어본
저는 그 맛을 기억하지 못할 정도이니까요. 혹시 그 사이에 그집의 조리법이 바뀐 걸까요? 아니면 제 입맛이
'달인' 판정단이나 대중의 입맛과 아주 다른 걸까요? '달인'은 누가 추천하고 누가 선정하는 것일까요?
'달인'의 떡볶이와 튀김을 먹기 위해 섭씨 30도가 넘는 한낮 대로 변 보도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도 신기합니다. 아무리 맛있어도 떡볶이는 떡볶이, 튀김은 튀김이니까요.
보도를 메운 인파를 뚫고 조금 걷다가 '이정희 떡볶이'에 가서 라볶이에 고추튀김과 오징어튀김, 어묵탕을 곁들여
먹고 왔습니다. 마침 아름답게 나이 들어가는 이정희 여사가 계셔서 그런지 다른 날보다 더 맛있는 것 같았습니다. '이정희 떡볶이'의 한결 같은 맛은 '생활의 달인'에 소개해도 손색이 없겠지만, 저는 '이정희 떡볶이'가 그 프로에 출연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자동차가 오가는 길에서 한참 기다렸다 떡볶이를 먹고 싶진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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