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문장

문재인의 인사와 '달걀 두 개만큼의 잘못'(2017년 6월 3일)

divicom 2017. 6. 3. 08:18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지지도가 84퍼센트로 역대 대통령 중 최고치를 기록했고, 정당 지지율 

조사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이 50퍼센트를 기록한 데 비해, '낮술 마신 노인'으로 묘사됐던 홍준표 씨의 자유한국당과 국민의 당은 각각 8퍼센트의 지지를 얻었다고 합니다. 바른정당도 역시 8퍼센트의 지지율을 기록했는데,

조영희 대변인은 이번 조사 결과가 대구, 경북지역에서조차 자유한국당에 대한 지지를 포기했음을 보여줬다며 

"한국당은 조만간 소멸할 정당임이 명백해졌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국민의 신망과 사랑을 받던 jtbc의 '국민 앵커' 손석희 씨가 강경화 외무장관 후보자와 관련해 '기획 부동산' 

운운함으로써, 사과하는 일까지 있었습니다. 각료 후보자를 철저히 검증해서 무자격자가 국정을 담당하게 하면 

안 되지만, 두루 자격 있는 사람에게 흠결이 있을 때는 그것이 어떤 성격의 흠결인지, 어느 정도로 심각한 것인지를 가려 임명을 결정해야 하겠지요. 자유한국당이 '조만간 소멸할 정당'이 된 이유 중엔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마다

'발목잡기'를 꾀하는 버릇도 있겠지요? 


어제 자유칼럼에서 보내준 박상도 씨의 칼럼엔 요직 인사와 관련해 언론과 야당이 생각해야 할 점이 많아 

아래에 옮겨둡니다.



www.freecolumn.co.kr

계란 두 개만큼의 잘못

2017.06.02

계란 두 개가 문제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중국 위(衛)나라에 구변(苟變)이라는 사람이 관리로 있을 때, 백성에게 세금을 부과하면서 계란 두 개를 받아먹은 일이 있었습니다. 이 일로 위나라 군주는 그를 멀리하였습니다. 그런데 공자의 손자인 자사(子思)가 위나라 군주에게 구변을 천거하면서 “그의 재능이 능히 전차 500승(乘)을 거느릴 만합니다.” 라고 이야기를 했답니다. 그러자 위나라 군주는 “나도 그가 그만한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아오. 하지만 그는 부정을 저지른 바가 있어서 그를 쓰지 않는 겁니다.”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이때, 자사가 “성인이 사람을 골라 쓰는 것은 마치 목수가 나무를 쓰는 것과 같아서 좋은 부분은 취하고 나쁜 부분은 버리기 때문에 구기자나무나 가래나무같이 두 아름이 되는 좋은 나무는 몇 자 썩은 부분이 있어도 훌륭한 목수는 나무를 버리지 않습니다. 오늘날 군주께서는 나라와 나라가 서로 싸우는 세상에 나라를 지키는 요긴한 신하를 뽑고자 하시면서 달걀 두 개 때문에 좋은 장수를 버리시다니 이 같은 소문이 이웃 나라에 퍼지지 않게 하소서.”라고 말하자 그제서야 위나라 군주가 구변을 등용했다고 합니다.

통감절요(通鑑節要)에 나오는 취기소장 기기소단(取其所長 棄其所短)은 2,000년이 넘은 이야기이지만 오늘날에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위나라는 춘추시대에 강대국 사이에서 겨우 명맥을 유지하던 약소국이었습니다. 이러한 나라가 장수를 등용하면서 작은 흠결을 이유로, 능력은 있으나 이래서 안 되고 저래서 안 된다고 하면서 미적거린다면 틀림없이 주변 강대국이 그 틈을 타서 위나라를 노렸을 겁니다. 지금 우리나라도 강대국 틈바구니에 끼여 꽤나 곤궁한 처지에 놓여 있습니다. 조국은 남북으로 분단되어 백 년을 향해 가고 있고, 미국이 사드를 배치하자 중국이 정작 당사국인 미국보다 우리를 다그치고 있습니다. 일본은 이 판국에 위안부 소녀상을 트집 잡으면서 한일위안부 합의를 이행하라고 어깃장을 놓습니다. 그리고 북한은 연거푸 미사일을 쏘아 올리면서 벼랑 끝 전술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능력 없는 지도자가 몇 해를 두고 방기한 숙제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는데 계란 두 개가 발목을 잡았던 것입니다. 

그런데 그 계란 두 개는 10년 전에도 15년 전에도 발목을 잡았습니다. 잡고 잡히는 편만 바뀌었을 뿐입니다. 요즘 유행하는 줄임말로 ‘내로네불’ 즉 내가 하면 로맨스 네가 하면 불륜인 것입니다. 잡히는 쪽은 “일 좀 하자.”라고 얘기를 하고, 잡는 쪽은 “그렇게 사람이 없느냐?”라며 맞섰습니다. 필자의 기억에는 어느 한쪽도 통 크게 양보를 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 싸움은 보는 사람을 항상 피곤하게 만들었습니다. 싸움의 결과, 국민들 기억에 정치하는 사람들은 다 범법자라는 인식이 새겨졌습니다. 

한 연구에 의하면 TV뉴스를 많이 시청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세상을 더 위험하게 인식한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뉴스의 특성상 정상적인 상황보다 비정상적인 상황을 더 많이 기사화하기 때문입니다. 사건 사고를 실시간으로 알리는 것이 뉴스의 본질이니 그것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지만 뉴스의 관점으로 세상을 보면 세상은 참 무섭고 불안하고 위험한 곳으로 비칩니다. 마찬가지로 뉴스에 비치는 정치인들이 밤낮으로 싸우고 서로 흠집을 극대화하고 있으니 죄다 똑같이 몹쓸 사람들로 비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저들은 이겨도 지는 싸움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할 때마다 제 살을 깎아먹는, 매번 지는 싸움을 아직도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정무직 공무원은 종교 지도자가 아닙니다. 흠결이 있다면 그것이 총리나 장관을 하기 어려울 정도의 중한 문제인지를 따져봐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결정은 군주가 내리면 됩니다. 오늘날 군주의 지위에 있는 사람은 국민입니다. 헌법에 명시된 대로 국가의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위나라 군주에게 구변을 천거한 자사는 굳이 오늘날의 현실에 맞게 비유하자면 청와대의 인사시스템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구변은 굳이 설명을 하지 않아도 아실 겁니다. 구변을 등용할지 말지는 국민의 뜻에 달려있는데, 이미 국민의 80페센트는 자사를 신임하고 있기 때문에 구변은 등용되는 것이 순리입니다. 다만, 구변이 좋은 재목이 아닌 것으로 판명되면 자사의 신뢰에도 금이 갈 것입니다. 그리고 이 또한 국민이 책임을 물으면 되는 문제입니다. 대의민주주의에서 국민은 선거로 얘기합니다. 

이낙연 총리가 이틀 전에 취임식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산을 넘어야 할 또 다른 구변(苟變)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산세가 만만치는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공복(公僕)을 자처하는 사람들이라면 군주인 국민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고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 그리고 일하지 않고 지나간 시간을 얼마나 아까워하고 있는지를 알아야 할 것입니다. 또 한편으로는 그동안 무수히 쌓인 작은 상처로 국민의 심신이 얼마나 피로한지도 헤아려야 할 것입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이 칼럼을 필자와 자유칼럼그룹의 동의 없이 상업적 매체에 전재하거나, 영리적 목적으로 이용할 수 없습니다.

필자소개


박상도

SBS 선임 아나운서. 보성고ㆍ 연세대 사회학과 졸. 미 샌프란시스코주립대 언론정보학과 대학원 졸. 
현재 SBS 12뉴스 진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