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5월 18일... 광주민주화운동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제 젊은 날의 가장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는 1980년 봄...
단지 518이라는 숫자를 생각하는 것만으로 눈물이 납니다. 제가 이럴 때 당시 광주에서 몸소 계엄군의 총칼을
맞았던 분들과 그 가족들의 심정은 어떨까요...
그분들을 위한 시 한 수로 저만의 제상을 차립니다. 김남주 시인의 시 '나와 함께 모든 노래가 사라진다면'입니다.
시인은 1946년 전남 해남에서 출생, 1974년에 시인이라는 이름을 얻었는데, 1979년 남민전 사건으로 15년 형을 선고받고 9년 째 복역하다가1988년 12월에 가석방되었으나, 1994년 2월 13일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의 짧은 생애는, 뛰어난 서정시를 쓸 수 있는 감수성의 시인이 시대를 잘못 만날 때 어떤 시를 쓰다가 어떻게
서둘러 떠나가는지를 보여줍니다. 3연 말미의 말없음표는 원문 그대로입니다.
*남민전(남조선민족해방전선준비위원회)사건:
1979년 유신 말기 최대의 공안사건으로 훗날 민주화운동으로 기록됨.
나와 함께 모든 노래가 사라진다면
내가 심고 가꾼 꽃나무는
아무리 아쉬워도
나 없이 그 어느 겨울을
나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땅의 꽃은 해마다
제각기 모두 제철을
잊지 않을 것이다.
내가 늘 찾은 별은
혹 그 언제인가
먼 은하계에서 영영 사라져
더는 누구도 찾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하늘에서는 오늘밤처럼
서로 속삭일 것이다.
언제나 별이
내가 내켜 부른 노래는
어느 한 가슴에도
메아리의 먼 여운조차
남기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삶의 노래가
왜 멎어야 하겠는가
이 세상에서......
무상이 있는 곳에
영원도 있어
희망이 있다.
나와 함께 모든 별이 꺼지고
모든 노래가 사라진다면
내가 어찌 마지막으로
눈을 감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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