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s 즐거운 산책

사라지는 집(2016년 11월 6일)

divicom 2016. 11. 6. 10:56

오늘 아침 tbs '즐거운 산책 김흥숙입니다(FM95.1MHz)'에서는 '집'과 사라지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보고, 

아름다운 음악을 들었습니다. 첫 곡은 김현식 씨의 하모니카 연주곡 '한국 사람'이었고, 

박혜은 맥스무비 편집장과 함께하는 '영화 읽기' 말미에는 영화 '트루 라이즈(True Lies)'에 나오는 

Bee Gees의 노래 'More than a woman'을 들었습니다.


권태현 출판평론가와 함께하는 '책방 산책'에서는 고은주 씨의 장편소설 <드라마 퀸>과, 

일본 서양미술사가 이케가미 히데히로의 <사랑의 미술관>을 읽고, 

인생이라는 책을 노래하는 Enya의 노래 'Book of days'를 들었습니다. 


'문화가 산책' 끝에는 동요 '섬집 아기'를 리처드 용재 오닐 씨의 비올라 연주로 들었습니다.

11월에게 목소리가 있다면 비올라 소리 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믹 노래는 한영애 씨의 '조율'이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하늘'의 '조율'이 필요한 이 나라... 하지만 이렇게 말하면 

최순실 씨가 떠오른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을지 모릅니다.

말하기도 살기도 힘든 나날입니다. 

아래에 '들여다보기'에서 읽어드린 제 짦은 글을 옮겨둡니다.


 

쨍그랑소리에 놀라 창가로 가니

인부들이 건너편 주택의 유리창을 깨고 있습니다.

얼마 전부터 인기척 없이 새와 고양이들이 들락거리더니

아름답게 바랜 벽돌집이 헐리나 봅니다.

 

인부들이 마당에 선 감나무의 주홍 감을 따고 나자

녹색 철문이 철거되고 굴착기가 집을 부수기 시작합니다.

수십 년 묵은 집이 사라지는 데 반나절도 걸리지 않습니다.

저 집에 살던 사람들이 저 광경을 보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고,

사람의 생애나 한 집안이나 한 나라나

세우긴 어려워도 무너지는 건 순간이라는 말이 실감납니다.

 

이제 이 동네에 주택은 두 채뿐입니다.

집 없는 사람 많은 나라에서 너른 집에 사는 것도

미안한 일이겠지요.

이층 단독 주택 하나 자리에 육, 칠층 건물이 세워지면

열 가구 넘게 집을 갖게 되니까요.

 

실용과 합리의 기준으로 보면

한 집 헐어 여러 집 세우는 게 옳겠지만, 마음이 스산합니다.

주택과 함께 사라지는 마당, 마당과 함께 사라지는 나무, , 벌레, ...

사라지는 것들이 자꾸 마음을 아프게 하는 건

우리도 머지않아 사라질 존재이기 때문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