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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딜런의 노벨 문학상 수상(2016년 10월 14일)

divicom 2016. 10. 14. 08:49

제가 좋아하는 가수 밥 딜런(Bob Dylan)이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발표됐습니다. 

노벨 문학상 역사상 가수가 수상하는 건 처음이라고 합니다. 그의 노래를 들어봅니다.

'Knocking on Heaven's Door' 'Blowing in the Wind'... 그는 진짜 시인입니다. 

전통적인 문학작품이 아닌 노래로 상을 받는 것이라 이견이 있을 거라고 하지만, 

그의 노래를 듣고도 그가 문학상을 받는 걸 반대할까요? 


노벨 문학상이 소위 '순수 문학'의 틀을 벗어난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일이 우리나라 가수들과, 어깨에 힘들어간 '고상한' 문학인들에게 좋은 자극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밥 딜런의 노벨 문학상 수상과 관련해 안타까운 건 오직 한 가지, 우리 시인 고은 선생이 수상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고은 선생님은 노벨 문학상을 받고도 남을 분인데, 나라를 잘못 만나 받지 못하고 계시니 안타깝습니다. 


밥 딜런이 한국인이었으면 그 또한 받지 못했을 겁니다. 

뛰어난 사람을 질투하는 시민들과, 해야 할 일을 게을리하는 정부,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번역'의 중요성을 오랫동안 무시해온 정부로 인해 고은 선생님의 노벨상 수상은 계속 미뤄지고 있는 것이지요.

고은 선생님, 조금만 더 기다려주십시오! 


아래는 오늘 경향신문에 실린 두 개의 기사입니다. 두 번째 기사는 앞부분을 조금 생략했습니다. 

기사 원문과 밥 딜런의 사진은 아래 주소에서 볼 수 있습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10132327025&code=960802

[노벨 문학상에 ‘밥 딜런’]노벨 문학상 115년 역사에 가수는 처음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ㆍ처칠 이후 첫 비문학가 수상

올해도 노벨 문학상 수상은 예상을 빗나갔다. 13일(현지시간) 스웨덴 한림원에서 사라 다니우스 사무총장이 미국 가수 밥 딜런(75)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발표하자 청중은 일제히 놀라며 환호했다. 문학인이 아닌 가수에게, 그것도 전통적인 문학작품이 아닌 노래 가사를 ‘시’로 평가해 상을 수여한 것이기 때문이다. 노벨 문학상 역사 이래 가수가 상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노벨 문학상은 노벨 평화상과 함께 ‘복권 당첨’이라는 농담이 있을 만큼 예상을 벗어나기 일쑤다. 매년 예상치 못한 수상자 발표에 전 세계 언론은 수상자 프로필을 급하게 뒤지느라 애를 먹곤 한다.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문학가가 아니어도 노벨 문학상을 받은 사례는 종종 있다. 1953년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는 수필 <제2차 세계대전 회고록>으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철학가들도 종종 수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1908년 독일 철학자 루돌프 크리스토프 오이켄, 1927년 프랑스 철학자 앙리 베르그송, 1950년 영국 철학자이자 사회비평가인 버트런드 러셀 등은 철학 작품으로 상을 받았다. 1902년 독일 고전학자 테오도어 몸젠은 <로마의 역사>라는 역사서로 수상했다.

전통적으로 노벨 문학상은 문학작품 이외에도 인문학 작품을 두루 수상 목록에 포함시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1950년대 이후 이러한 전통은 사라졌고 시, 소설, 희곡 등 전통 문학 분야에 상이 집중됐다. 지난해 벨라루스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가 산문 <체르노빌의 목소리>로 상을 받은 것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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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환보 기자

...(생략)

다니우스는 이런 시각을 의식한 듯 “5000년 전 (고대 그리스 시인인) 호메로스와 사포도 공연을 하기 위해 시를 썼다”고 말했다. 한림원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딜런은 조지 버나드 쇼 이후 처음으로 노벨 문학상과 아카데미상을 모두 받은 인물”이라며, 문학과 음악 모두에서 높은 성취를 이뤘음을 강조했다.

109번째 문학상의 주인공이 된 딜런은 ‘대중음악을 예술로 승격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포크 록의 대부’다. ‘노킹 온 헤븐스 도어’ ‘블로잉 인 더 윈드’ ‘라이크 어 롤링 스톤’ 같은 곡들로 한국에도 잘 알려져 있으며, 20세기 대중음악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1941년 미네소타주 덜루스의 러시아계 유대인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났다. 어릴 적 우상인 포크 가수 우디 거스리를 만나기 위해 1961년 뉴욕으로 간 그는 그리니치빌리지 주변 클럽과 카페에서 기타를 연주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1963년 두번째 앨범 <더 프리휠링 밥 딜런>이 진솔하면서도 시적인 가사로 인기를 모으며 단번에 성공을 거뒀다. 베트남전 반전 운동이 활발했던 1960년대 후반 저항적이고 철학적인 가사로 ‘음유시인’으로 불렸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딜런의 음악에서 정치적 레토릭을 배웠다”고 말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최근까지 스튜디오 앨범 34장, 라이브 앨범 13장, 싱글 58장을 발매하는 등 왕성하게 활동했다. 대중음악인으로서뿐만 아니라 ‘저항정신의 상징’으로 전 세계 젊은이들을 사로잡으며 음악 전문지 ‘롤링스톤’이 선정한 ‘가장 위대한 아티스트’, 시사 주간 타임이 선정한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에 선정됐다. 노벨 문학상 후보로도 오래전부터 거론돼 왔다. 1982년에는 미 작곡가 명예의전당에, 1988년에는 로큰롤 명예의전당에 입성했다. 2000년에는 영화 <원더 보이스>의 주제곡 ‘싱스 해브 체인지드’로 아카데미상 음악상을, 2008년에는 “팝 음악과 미국 문화에 깊은 영향을 준 공로”로 퓰리처상을 받았다.

지난 3일 생리의학상으로 시작된 올해의 노벨상 발표는 이로써 모두 끝났다. 시상식은 창시자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12월10일 스웨덴 스톡홀름과 노르웨이 오슬로(평화상)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