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문장

사교육이 '마음의 병' 키운다(2016년 2월 6일)

divicom 2016. 2. 6. 11:54

엊그제 동네 분식집에서 초등학교 일, 이 학년으로 보이는 딸과 사십 대 초반 어머니를 보았습니다. 

바로 옆자리라 두 사람의 대화가 그대로 들렸습니다. 


"뭐 먹을래?" 다정하지도 않고 쌀쌀하지도 않은 목소리로 엄마가 물었습니다.

"아무거나." 아이는 뭔가를 먹고 학원에 가야하지만 별로 배가 고프지 않은 듯 했습니다. 

엄마가 떡볶이와 튀김과 어묵탕을 주문하고 나자 아이가 말했습니다. 

"엄마, 나 화장실 가고 싶어." 

엄마가 금세 성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왜 학교에서 안 하고 나왔어? 여긴 화장실도 없는데!"

주문한 음식이 나왔고 아이는 손으로 튀김을 집어 깨작거렸습니다.

엄마는 열심히 아이가 갈 학원에 대해서 얘기했지만, 포크나 젓가락을 사용하라는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아이는 자꾸 물을 먹었습니다. 엄마는 전혀 걱정하는 기색이 아닌데 저는 걱정이 되었습니다.

화장실에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아이가 저렇게 물을 마시면 어쩌지? 

왜 저렇게 물을 마실까? 혹시 소아당뇨는 아닐까? 자꾸 마음이 쓰였습니다.

분식집 안에는 화장실이 없지만 분식집이 있는 건물엔 화장실이 있으니

그 화장실에 다녀오면 된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어린 아이와 함께 다니는 부모들은 누가 자기 아이에게 말을 걸거나, 
아이에 관련된 얘기를 하는 걸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걸 안 후로는 이런 상황에서도 침묵하는 비겁한 할머니가 되었습니다.


저는 어린 시절 사교육을 받지 않았습니다. 가정교육과 학교 교육, 그리고 만나는 어른과 아이들에게서 

살아가는 법을 배웠습니다. 초등학교 상급생 때와 중고등학교에 다니던 시절에는 과외라는 사교욱이 있었지만, 

오빠 친구에게 수학 배운다고 졸던 며칠을 제외하면 사교육을 받은 경험이 없습니다. 


시간은 많았고 그 시간 동안 아이들과 어울리거나 혼자 동네를 걸어다니거나 집에 들어앉아 책을 읽었습니다.

해 지는 모습을 보며 감상에 젖기도 하고 별을 보며 별 같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남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사회성을 키웠다면 혼자 있는 시간은 저를 들여다보는 시간, 안으로 영그는 시간이었겠지요. 제 세대의 사람들 중엔 그렇게 산 사람이 많을 겁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사교육이 가정교육을 대신하고 학교교육을 무력화시켰습니다. 내 아이가 남의 아이들보다 

앞서게 하겠다는 욕심으로 무장한 부모들은 기본교양을 가르치는 대신 지식을 늘리는 데 혈안이 되었습니다. 

가계 수입의 절반 이상을 아이들의 사교육에 쓰는 집이 늘어나면서 아이들은 학원을 전전하며 '사육'되기 시작했습니다. 그 아이들을 보며 늘 안타까웠습니다. 


'나는 이런 시대에 태어나지 않아 다행이야. 도저히 견디지 못해서 죽고 말았을 거야'라고 생각한 적도 많습니다. 

사람에게 두 발이 있는 건 돌아다니라는 것, 사람에게 먼 곳을 볼 수 있는 두 눈이 있고 주변을 둘러볼 수 있는 180도의 시계가 있는 건 넓게 보라는 섭리일 겁니다. 그러나 요즘 어린이들에겐 하늘과 지평선을 바라볼 시간, 아무 것도 하지 않을 시간이 없습니다. 더구나 이제는 갓난아기 때부터 영어를 들려주고 숫자를 보여주고 머리를 좋게 하는 음악을 들려준다고 합니다. '자연스럽게 익히고 배우는 것'은 옛말이 되었습니다. 


오늘 경향신문에 남지원 기자가 쓴 기사는 저 같은 사람들의 걱정이 기우가 아니라는 걸 보여줍니다. 어려서 

시작하는 사교육이 아이들의 '마음의 병'을 키운다는 기사입니다. 명절을 앞두고 있어서인지, 이 중요한 기사가 1면 톱이 되지 못하고 속지에 실린 게 안타깝습니다. 어린 아이에게 필요한 건 부모의 사랑, 사람으로서 갖춰야할 최소한의 습관을 가르치는 훈육뿐입니다. 사교육에 '미친' 어리석은 부모들, 제발 정신 좀 차리십시오. 아래에 남 기자의 기사를 옮겨둡니다. 기사 원문은 아래 주소에서 볼 수 있습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02052015445&code=940401&nv=stand


영·유아 때 사교육, 아이들 ‘마음의 병’만 키운다

영·유아기에 사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는 아이들이 사교육을 받지 않은 아이들보다 더 심각한 정서적·사회적 문제행동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가 나왔다.

이 같은 사실은 5일 육아정책연구소의 ‘영·유아기 사교육 경험이 만 5세의 문제행동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확인됐다. 그동안 조기 사교육의 폐해와 관련된 연구는 많았지만, 동일한 대상을 매해 추적조사한 자료를 통해 과거의 사교육 경험이 현재 시점의 발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집중적으로 분석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진은 2008년생 아동 1651명이 2008~2013년 6년간 한국아동패널 조사의 사교육 관련 질문에 답변한 내용을 추적조사해 아동의 사교육(어린이집·유치원 및 방과후과정 제외) 이용 여부 및 이용 시간과 만 5세 문제행동(표 참조) 수준이 상관관계가 있는지 분석했다.

분석 결과, 영·유아기에 전혀 사교육을 받지 않은 아이들은 어느 한 시기라도 사교육을 받았던 아이들보다 문제행동을 보이는 정도가 낮았다. 영아기와 유아기 모두 사교육을 받지 않은 집단의 문제행동 점수는 12.44점으로, 영아기와 유아기에 모두 사교육을 받은 집단(14.34점), 영아기에만 사교육을 받은 경우(14.15점), 유아기에만 사교육을 받은 경우(14.07점)보다 1점 이상 낮았다. 문제행동은 내재화·외현화 문제행동으로 분류해 120점 만점으로 측정했다.

사교육을 받았던 시간이 길수록 만 5세가 됐을 때 문제행동 수준이 심각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유아기 모두 기준(영아기 월 3.33시간, 유아기 월 4.29시간)에 미달하는 시간 동안만 사교육을 받은 아이들의 문제행동 점수가 10.21점으로 가장 낮았다. 유아기와 영아기에 모두 기준 시간 이상으로 긴 사교육을 받은 아이들의 문제행동 점수는 15.26점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같은 대상을 추적한 이번 연구를 통해 영·유아기에 지속적인 사교육을 실시하지 않거나 가능한 한 적은 시간만 이용했을 때 문제행동 발현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보다 직접적인 연관성을 찾을 수 있었다”며 “무분별하게 팽창된 사교육 시장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보다 강력한 규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