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월 첫 일요일입니다. 구월은 무엇을 해도 좋은 계절입니다. 길을 걸어도 좋고 창밖을 내다보아도 좋고, 책을 보아도 좋고 아프기에도 좋습니다. 며칠 앓으며 그동안 자주 못 본 하늘을 한참 보았습니다. 하늘도 구름도 아름답습니다. 흘러가는 구름에 인생이 실려갑니다.
오늘 아침 tbs '즐거운 산책'에서는 '구월'과 '반지'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첫 노래는 Billy Joel의 'My Life'였고, '작은 역사로 보는 문화세상' 후에는 노르웨이의 소프라노 Sissel의 'Going Home'을 들었습니다. '문화세상'에서
드보르작의 '신세계교향곡' 얘기를 했거든요. 아시다시피 'Going Home'은 신세계교향곡(9번 교향곡)의 주제로
만든 노래입니다. 이 교향곡은 최근 영화 '암살'에도 쓰였습니다.
'고전 속으로'에서는 헤르만 헤세의 수필집 <그리움이 나를 밀고 간다>에 수록된 '고독하고 의연한 나무들'을 읽었습니다. 책을 읽기 전 바리톤 황병덕 씨의 'Der Lindenbaum(보리수)'를 들었습니다. '오늘의 노래'는 패티 김 씨의
'구월의 노래' 였습니다.
여러 곡의 멋진 음악을 들었지만 Guns & Roses의 'Don't Cry'와 Bob Dylan의 'one more cup of coffee'의 여운이 깁니다. 전곡 명단은 tbs 홈페이지(tbs.seoul.kr) '즐거운 산책' 방에서 볼 수 있습니다. 아래에 제 칼럼 '들여다보기'에서 읽어드린 '반지' 원고를 옮겨둡니다.
반지
반지, 목걸이, 귀걸이, 팔찌, 발찌...
몸을 장식하는 장신구 중에 가장 널리
사랑받는 것은 반지일 겁니다.
예전엔 사랑하는 사람들이 반지를 나눠 끼면
결혼하겠다는 약속을 뜻했지만
요즘엔 만난 지 한두 달 만에
커플링을 맞춰 끼는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반지는 둥근 고리 하나일 뿐 바닥도 없고 뚜껑도 없지만
반지엔 어떤 그릇보다 많은 것이 담기지요.
어떤 반지엔 영원히 사랑하겠다는 약속이 담기고
어떤 반지엔 변치 않는 우정을 바라는 염원이 담깁니다.
어떤 반지엔 ‘이 사람은 내 사람이니 쳐다보지도 말라’는
경고가 담기고, 아기의 첫 돌에 선물하는 순금반지엔
아기의 앞날이 금처럼 오래도록 밝게 빛나라는 기도가 담기겠지요.
개점 30주년을 맞은 어떤 백화점이
세계에 하나밖에 없는 반지를 전시했다고 합니다.
시가가 8억 원이나 한다는 ‘옐로 다이아몬드’ 반지,
그 반지엔 무엇이 담겼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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