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s 즐거운 산책

미역국과 생각 (2015년 9월 13일)

divicom 2015. 9. 13. 08:49

오늘 tbs '즐거운 산책(FM95.1MHz)'에서는 미역국에 대해 생각해보고, 생각하며 살자는 얘기를 했습니다. '빨리빨리'가 난무하는 우리 사회에서는 생각하는 사람이 이방인 취급을 받지만, '생각'은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특질이니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존재의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이겠지요.

 

Brook Benton의 'Think Twice'가 첫 노래가 된 이유입니다. 누군가 질문을 하면 생각하고 답하는 게 사람입니다. 무서웠던 5공화국 시절 안전기획부에 끌려가 심문을 당했던 사람들은 누구나 '생각하지 말고 대답해!'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합니다. 생각을 거세당한 시간... 그때 상처받았던 사람들은 아마도 아직 그 시간을 몸으로 기억하고 있을 겁니다.

 

'작은 역사로 보는 문화세상'에 이어진 노래는 영국 가수 Imogen Heap의 'Hide and Seek'였습니다. 아가사 크리스티 얘기를 하다보니 추리소설 얘기를 하게 됐고, 추리소설 생각을 하니 '숨바꼭질'이 떠올라 이 노래를 틀었습니다. 노래의 형식 자체가 '숨바꼭질' 같아 평소에 듣던 노래들과는 크게 달랐습니다.

 

'미술관 옆 공연장'에서는 강남구 대치동 포스코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문봉선 개인전 '청풍고절'과, 대학로 일대에서 펼쳐지고 있는 제 10회 여성연출가전 '축제'를 소개했습니다. 축제에서 공연되는 연극 중에 'What Is Love?'라는 연극이 임재범 씨의 '사랑'을 듣게 했습니다.

 

제 칼럼 '들여다보기'에서는 탈모에 좋다는 미역국에 대해 생각해본 후 Jim Reeves의 'Welcome to My World'를 듣고, 오늘 생일 맞은 분들에게 축하 인사를 보냈습니다. 마지막 노래는 한영애 씨의 '바라본다'였습니다. 모두가 '빨리빨리' 달리는 시절이지만, 생각하며 살려면 우선 '바라보아'야 하겠지요. 남들이야 달리든 말든 천천히, 제 속도로 걸으며 바라보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오늘 '즐거운 산책'은 특집방송으로 인해 1, 2부만 했습니다. 아래에 '들여다보기'에서 읽어드린 '미역국' 얘기를 옮겨둡니다.

 

미역국

 

검게 빛나던 아이의 머리에 서리가 앉더니

머리숱도 줄어든다고 합니다.

미역국을 먹여야겠습니다.

 

쇠고기 미역국에 조선간장으로 간을 맞추니

아이 낳고 먹던 어머니의 미역국입니다.

 

오빠가 입학시험을 치러 가던 날,

머리가 맑아지고 소화가 잘 된다며

미역국을 끓여주신 어머니...

시험 치는 날 미역국을 먹으면 낙방한다는 말을 뒤늦게 듣고

가슴을 졸이셨지만 오빠는 시험에 붙었습니다.

 

미역국 먹는다는 말이 실패를 뜻하게 된 건

일제 때문이라고 하지요.

일제가 조선 군대를 해산시켰을 때, 절망한 우리 백성들 사이에서

군대를 해산했으니 미역국 먹었다는 말이 유행했다고 합니다.

군대 해산의 해산과 아기 낳는 해산의 발음이 같아

그런 자조적 표현이 나온 것이겠지요. (박영수: <대한유사>)

 

그러나 미역국은 실패의 상징이 아니고 사랑이며 기도입니다.

영양 많은 미역국이 생일 국이 된 건 우연이 아니겠지요.

탈모의 계절이라는 가을, 미역국을 먹은 아이의 머리가

미역을 닮아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