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성전환자에게 성기 사진 요구한 인권위원장 후보(2015년 7월 30일)

divicom 2015. 7. 30. 10:09

조금 전 한겨레신문 인터넷판에서 참으로 기이한 기사를 보았습니다. 이성호 인권위원장 후보자가 서울남부지법원장이던 시절 성전환자에게 성기 사진을 제출하라는 명령서를 보냈다는 것입니다. 이 후보자는 자신의 명의로 명령서가 발부된 것은 맞지만 일은 법원 사무관이 했다고 변명, 해명, 혹은 주장하고 "간접적으로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이럴 때 '간접적인 책임'을 느끼는 대신, '아랫사람이 잘못한 것도 내 잘못이니 인권위원장 후보를 그만두겠다'고 할 수는 없는 걸까요? 그렇게 떳떳하게 사는 사람들은 다 사라진 걸까요, 아니면 그런 사람들은  비굴과 비겁이 판치는 이 나라에서 법원장이니 인권위원장이니 하는 벼슬까지 오를 수 없는 걸까요? 부끄러운 '동행'이 매일 하나씩 늘어납니다. 그렇지 않아도 뒷걸음질 치는 이 나라의 인권 상황... 이런 후보자가 인권위원장이 되면 어떻게 될까 생각만 해도 더위가 가십니다. 이 후보자의 얼굴 사진을 비롯한 기사 전문은 아래 주소에서 볼 수 있습니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702408.html?_ns=t1  

 


이성호 인권위원장 후보자, 성전환자한테 성기 사진 제출하라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자인 이성호(사진) 전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이 성별 정정 사건을 다루면서 성전환자에게 지침에도 없는 성기 사진의 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밝혀졌다. 소수자 인권 보호의 최선두에 서야 할 인권위원장 후보자로서 자격 논란이 일 전망이다.

 

<한겨레>29일 정진후 정의당 의원을 통해 입수한 ‘2013년 남부지법 등록부정정 보정명령서를 보면,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한 씨는 가족관계등록부상 성별을 바꾸려고 서울남부지법에 등록부정정 허가 신청을 냈다. 서울남부지법원장이던 이 후보자는 그해 9씨에게 여성으로서 외부 성기를 갖췄음을 식별할 수 있는 사진을 2장 이상 제출하라는 보정명령서를 보냈다.

 

성전환자는 성전환 증명 서류를 첨부해 법원에 신청서를 제출하고, 조사와 심문을 통해 등록부정정 허가 여부가 결정된다. 서울중앙지법을 제외한 법원들은 등록부정정 신청사건 등은 본안사건에 비해 업무 부담이 크지 않기 때문에 법원장이 직접 맡는다.

 

이 후보자가 성기 사진을 요구한 것은 법원 내부 지침에 근거가 없는 것이다. 대법원 예규인 성전환자의 성별정정허가신청 사건 등 사무 처리 지침에는 정신과 전문의사의 진단서나 감정서 성전환시술 의사의 소견서 전문 의사 명의의 진단서나 감정서 등을 제출하라고 돼 있을 뿐, 성기 사진은 필수 소명자료가 아니다. 성전환 사실은 의사의 진단서 등으로 충분히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인권위도 2007년 여성에서 남성으로 성별을 정정한 사람의 병역신체검사 중 군의관이 육안으로 외부 성기를 확인한 것은 인격권 침해라고 결정한 바 있다. 진단을 위한 것이라 하더라도 가장 은밀한 신체 부위를 노출하는 것은 당사자에게 큰 수치심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당시 인권위는 성별을 정정해 징병신체검사를 받은 다른 병역의무자들 사례에서 눈으로 외부 성기를 확인한 사례가 없고, 진단서 등 참고자료 또는 시티(CT) 영상을 참조해 판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행위는 헌법 제10조가 정한 인격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후보자는 법원장인 자신의 명의로 보정명령서를 보낸 것은 맞지만, 통상적으로 법원 사무관이 일을 맡아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성기 사진 요구는) 당연히 잘못된 것이고, 당시 담당 사무관한테도 잘못됐다고 얘기해 그 뒤로 그런 적이 없다. 개인적으로 소신을 가지고 보정명령서를 보낸 것은 아니지만, 간접적으로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 또 동성혼 등에 대해서도 법관으로 재판할 때는 실정법 테두리를 벗어날 수 없지만, 인권위원장은 전향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는 다음달 11일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