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지구라는 별의 주민이지만 그 사실을 기억하고 사는 사람은 많지 않고, 별을 다만 멀리 보이는 존재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자신이 별에서 살고 있으며, 이 우주엔 이 별과 같은 천체가 수없이 많다는 것을 아는 사람과, 그것을 전혀 모르는 사람, 가끔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사람과 생전 하늘을 보지 않는 사람의 삶은 크게 다를 겁니다.
그런 면에서 김수종 선배와 같이 '별 보는 사람'을 알고 있다는 것은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닙니다. 마침 김 선배가
자유칼럼에 제가 좋아하는 '명왕성(Pluto)'에 대해 쓰셨기에 옮겨둡니다. 더위를 피하기 위해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하는 분들, 우주로 떠나보세요. 김 선배의 글에 나오는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읽으면 바로 떠날 수 있습니다.
| | | | | 뉴호라이즌스가 명왕성에서 보내온 이 행성의 이미지를 보았던 사람이라면 인간의 지식과 기술에 대한 놀라움과 더불어 우주에 대한 외경(畏敬)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100여 년 전 나무 비행기를 겨우 공중에 날리기 시작했던 인간이 그동안 발전시킨 우주탐험 기술이 새삼 놀랍고, 시간과 공간을 별개라고 생각하며 살아온 일상에서 시간과 공간을 분리하여 생각할 수 없는 우주적 시공개념에 당혹과 외경을 느끼게 됩니다.
2006년 1월 지구를 떠난 뉴호라이즌스는 9년 6개월이 걸려 지난 7월14일 명왕성 상공 1만2,500킬로미터를 근접 통과한 후 외행성계로 향했습니다. 10년 전에 제작한 이 우주선을 정확하게 체크하고 예정된 시간에 정확하게 지구에 정보를 보내오게 할 수 있었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경이롭습니다.
우주 공간에서 거리의 단위는 빛의 속도로 잴 수밖에 없습니다. 빛은 초속 30만 킬로미터로 달립니다. 태양에서 지구까지 거리는 1억5,000만 킬로미터로 햇빛이 지구에 도달하기까지 8분이 걸립니다. 태양에서 명왕성까지 거리는 명왕성의 공전에 따라 큰 폭으로 변하는데 평균 39억5,000만 킬로미터이니 햇빛이 도달하는데 무려 5시간30분이 걸립니다. 뉴호라이즌스가 사진 한 장을 보내면 5시간22분 후에 지구에 도착한다는 얘기입니다. 그렇게 까마득히 먼 명왕성의 모습을 사진으로 보며 얘기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경이롭습니까.
지구가 속한 태양계는 광대무변한 우주의 한 점 티끌에 불과합니다. 태양계가 속한 우리 은하계에는 1,000억 개의 별이 있고, 그런 은하계가 1,000억 개나 존재한다고 천문학자들은 말합니다. 여기서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는 지구 같은 행성은 별 축에도 못 낀다고 합니다. 그저 티끌 같은 존재이지만, 생명체와 인간이 살고 있다는 사실에서 지구는 경이로운 티끌이라 할 수 있습니다.
명왕성의 모습을 보면서 칼 세이건의 저서 ‘코스모스’의 첫 부분이 가슴에 와 닿습니다.
“우주는 과거에도 있었고 현재에도 있으며 미래에도 있을 그 모든 것이다. (The cosmos is all that is or ever was or ever will be.)---인류는 영원한 시간과 무한한 공간 사이 어딘가에 길을 잃고 있는 하나의 점과도 같은 지구를 보금자리 삼아 살아가고 있다.---모든 인간 관심사는 우주적 관점에서 바라볼 때 중요하기는커녕 지극히 하찮기까지 하다. 그렇지만 인류는 아직 젊고, 호기심 많으며, 용감하고 장래성이 있어 보인다. 지난 수천 년간 우주와 지구에 대한 인류의 새로운 발견은 놀라울 정도였으며 이는 인간이 경이로울 정도로 진화했고, 안다는 것은 기쁨이며, 지식은 생존의 선행조건이라는 사실을 깨우쳐준다. 인류의 미래는 아침 하늘에 티끌처럼 우리가 떠 있는 이 우주를 얼마나 잘 이해하는지에 달려 있다.”
칼 세이건의 글을 읽으면 경이롭고 즐겁습니다. 밥이 나오고 돈 벌 궁리가 생기는 건 아니지만 괜히 밤하늘을 한번 올려다보고 싶어집니다.
이제 인류문명은 태양계의 끝부분까지 탐사로봇을 보내는 경지에 이르렀습니다. 그럼에도 인류가 지구를 잘 간직할 수 있을 것인지 걱정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칼 세이건은 핵전쟁으로 지구가 파괴되는 것을 걱정했습니다. 그러나 오늘의 과학자들은 기후변화로 인류 종말이 올지 모른다고 걱정하고 있습니다.
칼 세이건은 인류가 지구를 대변하지 않는다면 누가 대변해줄 수 있는가라고 물었습니다. 적막한 얼음왕국 명왕성 소식을 들으며 다시 한 번 지구의 존재를 생각해보게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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