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tbs '즐거운 산책(FM95.1MHz)' 시간에는 '친구'에 대해 생각해보고, Alla Pugacheva의 '백만 송이 장미', Madonna의 'Like a Virgin', 펄 시스터즈의 '싫어' 등 인상적인 노래들을 들었습니다. 첫 노래는 이문세 씨와
조영남 씨가 함께 부른 '흐르는 강물처럼'이었고, 마지막 곡은 Louis Armstrong의 'What a Wonderful World'였습니다.
'흐르는 강물처럼'을 첫 곡으로 고른 이유는 섬진강 때문이었습니다. 정부가 섬진강을 포함해 5대강 개발을 계획하고 있다니 구비구비 아름다운 섬진강이 떠오르며 그것을 파괴하는 포클레인의 굉음이 들리는 것 같습니다. 제발
'개발'의 삽질... 하지 말기를 바랍니다.
다 좋은 노래지만 특히 지난 14일에 89세를 일기로 타계한 B.B.King의 'Friends'와, 안다성 선생님의 '에레나가 된 순이(순희)', John Denver의 'Sunshine on My Shoulders'의 여운이 깁니다. '에레나가 된 순이'는 1958년에 나온 노래인데, 6.25전쟁 후 잔혹한 현실 속에 '에레나'가 될 수밖에 없었던 보통 여인들의 비극이 담겨 있어 듣다 보면 눈이 젖어옵니다.
'백만 송이 장미'는 심수봉 씨의 노래로 많이 알려졌지만 원곡 가수인 Pugacheva의 목소리로 들었습니다. Alla
Pugacheva는 '알라 퓨가초바' 혹은 '알라 퓨가취바'로 발음합니다. 가사는 Andrei Voznesensky가 써서
Pugacheva에게 바쳤으며, 그 가사를 원래 있던 곡조에 붙여 이 노래가 탄생했다고 합니다. '에레나가 된 순이'와 '백만 송이 장미' 원곡을 꼭 한 번 들어보시지요.
오늘 아침에 들려드린 음악 명단은 tbs홈페이지 '즐거운 산책' 방에서 볼 수 있습니다. 아래에 제 칼럼 '들여다보기'에서 읽어드린 '친구' 원고를 옮겨둡니다.
친구
오래된 친구와 하루를 보냈습니다.
사교도 모임도 좋아하지 않는 저를 친구로 대해주고
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타며 제가 사는 동네에까지 찾아와주니
고맙고도 행복했습니다.
'有朋自遠方來不亦樂乎也(유붕자원방래불역락호야)'
'친구가 먼데서 찾아오니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논어(論語)>의 첫 문장에 나오는 즐거움을 만끽한 것이지요.
처음 만났을 때나 삼십 년이 흐른 지금이나 한결같은 친구...
그와 함께 있으니
개발의 불도저가 닿지 않은 숲속에 있는 것처럼 안온했습니다.
중고옷집에서 서로에게 옷을 사주고
멸치 김밥 한 줄씩 나눠 갖고 헤어졌습니다.
김밥을 먹으며 그가 얼마나 변함없이 ‘좋은 사람’인가,
그런 사람을 친구로 둔 저는 얼마나 운이 좋은가 생각했습니다.
그도 저를 좋은 사람이라고,
저를 만난 걸 행운이라고 생각할까요?
‘짝사랑’이란 말은 있어도 ‘짝우정’이란 말은 없으니
친구의 마음도 저와 같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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