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작가 니콜라이 고골(Nikolai Gogol)의 소설 <죽은 영혼들(Dead Souls)>을 읽다보면 자꾸 웃음이 납니다. 고골의 유머와 풍자는 이 책이 발표된 1842년이나, 그로부터 170여 년이 지난 지금이나 여전히 유효하니까요.
오래 전 사두었던 <죽은 영혼들>은 책꽂이에 꽂힌 채 나이 들어 누르스름해졌지만 책을 이루고 있는 문장들은 갓 잡아 올린 물고기 같으니, 이래서 겉보다는 속이, 포장보다는 콘텐츠가 중요한 것이겠지요. 우리나라에서는 <죽은 혼>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된 것 같습니다.
소설의 주인공인 파벨 치치코프는 ‘죽은 농노들’을 사러 다니는 묘한 인물인데 이 사람이 이렇게 된 데에는 어릴 적 아버지의 가르침이 큰 역할을 했을 겁니다. 재미있는 건 오늘날에도 무수한 아버지, 어머니들이 자녀에게 그런 가르침을 준다는 것이지요. 물론 그렇게 배운 자녀들은 '이상한' 성인으로 성장합니다.
‘고전’은 시간의 흐름에 상관없이 언제 어디서나 ‘거울’이 될 수 있는 책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고전’이 틀림없습니다. 책의 제목에 들어있는 ‘영혼(soul)’은 ‘농노’를 뜻한다고 합니다. 아버지가 어린 치치코프에게 하는 말 일부를 옮겨둡니다. 제가 읽은 책이 영역판이라 영어 문장을 옮기고 그 문장을 대충 우리말로 번역했습니다.
“Now remember, Pavel, study, don’t fool around, don’t misbehave. And most important of all — always try
to please your teachers and your superiors. If you succeed in pleasing your superiors, then, even if you fail
in learning and even if God hasn’t granted you much talent, you’ll get along fine and even get ahead of
others. Don’t try to form close friendships with your schoolmates — you’ve nothing good to learn from
them; but if you must make friends, then, at least, pick the richer ones, who, on some occasion or other,
might be useful to you. Do not pay for anyone, do not treat them; instead try to behave in such a way that
people will treat you, because, above all, you should hold on to your money, it’s the most reliable thing
there is in this world. A friend and comrade is likely to betray you, or at least let you down when you’re in
distress, while money will never let you down whatever your trouble. Money will do everything for you — it’ll
break down all obstacles in your way.”
“파벨, 농땡이 치지 말고 못된 짓 하지 말고 공부해. 언제든지 선생님들과 윗분들을 기분 좋게 해야 해. 그게 무엇보다 중요하거든. 윗분들을 기분 좋게 하면 공부를 못하고 타고난 재능이 없어도 잘 지낼 수 있고 앞서 갈 수도 있어. 학교 애들하고 친할 필요 없어. 걔들에게서 뭐 좋은 걸 배우겠어? 꼭 친구를 사귀고 싶으면 부자 애들하고 사귀도록 해. 그런 애들은 언젠가 네가 이용할 수 있을 테니까. 남에게 돈을 쓰거나 남들을 대접하면 안 돼. 그 대신 처신을 잘 해서 남들이 너를 대접하게 해. 돈을 꼭 움켜쥐고 있어야 해. 세상 만물 중에 가장 믿을 만한 게 돈이니까. 네가 곤란한 지경에 빠지면 친구나 동지는 너를 배반하겠지만 돈은 절대 그러지 않아. 돈은 너를 위해 모든 걸 해주고 너를 방해하는 모든 장애물을 없애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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