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신문에서 제일 재미있게 읽은 글은 한겨레신문의 박창식 논설위원이 ‘유레카’라는 제목의 연재칼럼에 쓴 ‘아레오파지티카’입니다. ‘아레오파지티카(Areopagitica; A speech of Mr. John Milton for the Liberty of Unlicenc’d Printing, to the Parlament of England)‘는 <실낙원>의 저자이기도 한 영국의 사상가 존 밀턴(John Milton)이 언론의 자유를 옹호, 주창하기 위해 쓴 연설문이지만, 밀턴은 1644년 11월 23일 이 연설문을 연설 대신 책자로 발표했습니다.
지난 4월 말 국제인권단체 프리덤하우스(Freedom House)가 '2015 언론자유 보고서'를 내놓았을 때 텔레비전에서 그 보고서 관련 뉴스를 보다가 실소하고 말았습니다. 방송기자가 길에서 시민들을 만나 한국의 언론자유에 대해 물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이만하면 괜찮은 것 아니에요?’ 하고 자못 만족스런 표정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 사람들은 프리덤하우스의 보고서에 나타난 한국의 순위를 이해하기 힘들 겁니다. 그 보고서에서 한국은 언론자유지수 33점을 기록, 전체 199개국 중 아프리카 나미비아와 공동 67위를 차지하며 '부분적 언론 자유국'으로 분류됐으니까요. 한국의 언론자유지수는 2013년 31점, 2014년 32점으로 5년째 ‘부분적 자유국’ 신세입니다. 물론 북한에 비하면 제법 괜찮다고 할 수도 있겠지요. 북한은 199위로 최하위였고, 러시아 180위, 중국과 베트남이 186위로 '언론자유가 없는 나라'에 속했습니다.
1970년대와 1980년대 독재 치하에서 언론의 자유를 저당 잡힌 채 살아왔기 때문에 언론의 자유가 보장될 때의 사회를 잊어버린 이 나라의 시민들... 어리석다고 해야 할까요, 안쓰럽다고 해야 할까요? 박창식 논설위원의 글을 읽어보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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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작가이자 정치사상가인 존 밀턴이 1644년에 소책자로 써낸 <아레오파지티카>는 언론의 자유를 주장한 뛰어난 고전이다. 밀턴은 이 책에서 오늘날 표현의 자유의 원리로 널리 사용되는 ‘사상의 자유 공개시장’이라는 아이디어를 처음으로 제시했다. 다양한 사상이 자유롭게 표현되고 자유롭게 경쟁하다 보면 그중 가장 뛰어난 사상이 힘을 얻게 되고 공동체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게 핵심이다. 아레오파지티카는 그리스 시대 고등법정인 아레오파고스에 론(論)이란 의미의 ‘카’(ca)를 덧붙인 말이다.
밀턴이 소책자까지 작성하여 표현의 자유를 주장한 것은 정치적 문제 때문이 아니었다. 1642년 6월에 밀턴이 메리 파월과 결혼했는데, 아내가 두 달 만에 친정으로 가서 돌아오지 않았다. 단순한 가정불화가 아니라 왕당파와 의회파 간의 다툼에 따른 사상 차이가 겹쳤다. 밀턴은 아내를 데려오지 못하게 되자, 1643년 이혼론을 출간한다. 간통이 아니더라도 부부간의 기질과 사상이 맞지 않으면 이혼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내용이었다. 지금은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당시 영국 사회는 교회의 강력한 영향력 속에서 이혼을 금지한 까닭에 매우 파격적인 주장이었다.
이혼론은 출판허가법에 의해 2쇄 재판의 출판이 금지되었다. 분노한 밀턴은 아레오파지티카를 작성했는데, 이것조차도 출판 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 유인물이었다. 밀턴은 3년 뒤 메리와 화해하고 재결합하여 아들 하나와 딸 셋을 낳았다.
지난해 가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부산시의 견제를 무릅쓰고 세월호 침몰 사건을 다룬 독립영화 <다이빙벨>을 상영했다. 다양한 영화를 스크린에 올려 시민들이 자유로이 감상하고 비평하도록 하는 게 표현의 자유 차원에서 옳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다 최근 영화진흥위원회로부터 지원금을 40%나 삭감당했다. 이혼에 관한 생각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처절하게 투쟁해야 했던 밀턴의 시대와, 오늘날 부산영화제가 처한 상황이 크게 다를 것도 없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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