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메이웨더와 파퀴아오의 '졸전'(2015년 5월 3일)

divicom 2015. 5. 3. 18:26

언제부턴가 권투는 인기 없는 스포츠가 되었습니다. 격투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권투 대신 발과 손 모두를 사용할 수 있는 MMA(mixed martial arts) 경기를 봅니다. 그런데 오랜만에 세계적인 권투기구들인 WBC(세계복싱평의회), WBO(세계복싱기구), WBA(세계복싱협회)가 함께 힘을 모아 웰터급(66.7킬로그램) 통합타이틀 경기를 열기로 해 대대적인 홍보 속에 우리시각으로 오늘 낮에 미국에서 경기가 열렸습니다. 


그러나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을 증명하듯,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미국ㆍ38)와 매니 파퀴아오(37ㆍ필리핀)의 대결은 '졸전' 중의 '졸전'으로 끝났습니다. 도망만 다니던 메이웨더가 심판 전원일치 판정으로 파퀴아오를 이겼다지만, 경기를 본 사람이라면 '승자'와 '패자'가 있을 수 없는 경기였다는 데 동의할 겁니다. 


이 경기를 보고 나니 왜 권투가 인기 없는지 알 것 같습니다. 실망한 팬들을 달래기 위해 재대결을 할 거라는 예측이 있지만 재대결을 한다면 그건 '팬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돈을 더 벌기 위해서일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경기로 이미 천문학적 액수를 벌어들인 두 사람, 어쩌면 두 선수와, 이번 경기를 성사시키고 요란하게 홍보한 단체들이 함께 전 세계 권투 팬들을 돈벌이의 수단으로 이용한 건지도 모릅니다.


이 경기에서 '승리'함으로써 메이웨더가 48전 전승(26KO)을 기록하며 ‘무패 복서’의 타이틀을 지켰다고 하지만 그의 '전승'이 이번과 같은 '승리'의 집합이라면, 그는 명예로운 '무패 복서'가 아니고 '주먹보다 머리를 쓰는 승리 수집광'입니다. 


메이웨더의 '승리'가 불쾌한 건 그와 같은 사람들이 사회 구석구석에서 '승리'하며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회에서는 교활한 자들이 부당하게 승리한다고 해도 사각 링에서만은 '정정당당하게' 싸우는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이젠 링마저도 요리조리 피해 다니며 머리 쓰는 사람이 승리자가 되니까요. 


오늘 링에서는 메이웨더가 '승리 아닌 승리'를 했지만, 역사는 그를 '진실한 승자'로 기록하지 않을 겁니다. 그는 자신이 무하마드 알리보다 위대하다고 떠벌였다지만 그는 '권투'보다 '승리'만을 좇은 얄미운 복서로 기억되고 기록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