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세월호 시위와 경찰(2015년 4월 19일)

divicom 2015. 4. 19. 00:59

지금은 19일, 새벽 한 시가 되어갑니다. 광화문광장에서 한숨 쉬다 소리치다 들어왔더니 잠이 오지 않습니다. 70년대 초 유신헌법 반대 데모 하던 때가 생각나고, 80년대 초 신문사 사회부 기자로서 전두환 독재에 항거하는 학생 데모를 취재하던 일도 떠오릅니다. 


그때로부터 30여 년이 흘렀지만 민주주의는 아직 이루고 싶은 꿈이나 목표입니다. 아직도 정부에는 시민과 싸우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고, 이제 노인이 된 저는 세월호에서 희생된 사람들의 한을 다소나마 풀어주고 싶어 비 날리는 광화문 광장에 서 있었습니다. 슬픔이 복받쳐 올랐습니다. 


제가 이러니 70대, 80대 어른들은 얼마나 기가 막히실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나이들며 자기 일 아닌 일엔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면 모르지만, 여전히 이웃과 사회와 나라를 걱정하는 분들이라면 참으로 비감하실 겁니다. 그분들은 바로 오늘 55주년을 맞는 4.19혁명까지 겪었으니까요.


가슴을 아프게 하는 건 광장을 메우고 있는 남녀노소만이 아니었습니다. 광화문 주변 모든 도로를 에워싸고 있는 경찰버스들과 도로마다 호루라기를 불며 근무 중인 경찰관들, 광장의 인파를 향해 '해산하라'고 외치다 물대포를 쏘아대는 경찰간부들도 모두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70년대 학교 부근 거리에서 데모하다 인파에 밀려 넘어졌을 때 일으켜 세워주며 '이제 그만하고 집에 가라'던 경찰 아저씨도 생각났습니다.


경찰은 시민의 적이 아닙니다. 경찰도 시민이고, 경찰은 시민이 선택한 직업일 뿐입니다. 그러니 시위대는 경찰을 공격하면 안 되는데 경찰이 시민을 공격할 땐 어떻게 해야 할까요? 


몇 시간 전 광화문광장에서는 경찰이 동료 시민들에게 물기둥을 쏘아댔습니다. 어떤 시민들은 '세금 아깝다, 물 뿌리지 말라!'고 외치기도 했습니다. 세금도 세금이지만 비가 날리는 날씨에, '물 부족 국가'에서 물을 쏘아대는 건 납득하기 힘들었습니다.


길을 몇 겹으로 에워싼 경찰버스들은 모두 시동을 건 채 서 있었습니다. 버스와 버스를 너무나 촘촘히 이어놓아 광화문광장에서 한국통신 쪽으로 가려면 세종로 네거리까지 내려가서 돌아와야 했는데, 모든 버스에 시동이 걸려 있으니 버스에서 나오는 배기가스가 매우 심했습니다. 


서울의 대기를 오염시키는 미세먼지의 주범이 자동차 배기가스라는 점을 생각하니 기가 막혔습니다. 연료의 낭비는 곧 세금의 낭비인데다 대기 오염까지 악화시키니 도대체 이게 무슨 어리석은 짓일까요? 경찰관들이 시위를 막을 때에도 생각을 좀 했으면 좋겠습니다. 버스의 시동은 끄고, 물대포든 최루탄이든 캡사이신이든, 시민을 괴롭게 하는 건 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경찰관도 제복만 벗으면 '시민'이란 걸 기억해주길 바랍니다.  


그나저나 버스를 이어 만든 '차벽'과 거리를 막고 섰거나 열 지어 뛰어다니는 경찰관들 덕에 우리나라를 찾는 관광객이 늘어날지 모릅니다. 다른 나라 시민들도 시위를 하지만 우리 경찰의 진압 방식은 독특한지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관광객을 여러 명 보았습니다. 어쩌면 자기 나라 경찰은 이러지 않는다고 자위했을지도 모릅니다. 이래저래 착잡한 4.19혁명 기념일입니다.


연일 고생하신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 그분들과 동행하며 응원해주신 시민들께 감사하며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하늘이 여러분의 편입니다. 


세월호 관련 시위로 인해 매일 야근하며 고생하신 경찰관들도 위로하고 싶습니다. 경찰 여러분, 여러분도 시민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주세요. '정권은 유한해도 시민은 영원하다'는 걸 기억하고 시위 진압은 '대충' 해주세요!